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1화> 4,000년째 만족도 별점 1점 - 역사상 최악의 판매자

우리는 물건을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점1점을 매기고 나쁜 리뷰를 남깁니다. 인터넷은 커녕 종이도 없던 시대에, 어떤 물건을 구매한 한 고객이 배달받은 물건을 받아 보고는 생각했던 물건과 너무 달라서 화가 치솟았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했을까요?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로 가 보겠습니다.
기원전 1750년, 유프라테스 강가의 항구도시 우르. 상인 난니는 부두에 부려진 물건 보따리를 열다가 그대로 어이없어 합니다. 페르시아만의 섬 딜문에서 온다던 최상급 구리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질이 낮은 구리 덩어리가 가득했습니다. 이미 銀(은)을 저울에 달아 선불로 치른 뒤였습니다(당시에는 동전이라는 것이 없어서, 銀 조각의 무게가 곧 돈). 상인 난니는 항의하려고 판매자에게 전쟁지역의 위험을 무릅쓰고 심부름꾼을 보냈습니다. 판매상 에아나시르는 태연히 말합니다. "당신이 와서 직접 가져가려면 가져가고, 싫으면 그냥 가시오." 그날 밤 난니는 젖은 점토판에 갈대 펜을 꾹꾹 눌러 씁니다. "나를 뭘로 보는 거요. 앞으로 내가 구매한 구리는 당신 마당에서 내가 한 덩이씩 골라 가겠소. 아니면 내 돈을 돌려주시오."
방금 보신 장면은 실존하는 기록을 근거로 상상해 본 것입니다. 이 편지의 실물이 지금 대영박물관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객 불만편지'로 불리는 이 손바닥만 한 점토판에는 심부름꾼이 적지를 지나간 일, 은을 선불로 치른 일,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다니'라는 분노까지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점토판은 마르면 돌처럼 단단해집니다. 덕분에 이 점토 편지는 4,000년을 버텨 오늘 우리가 읽게 되었습니다. 점토편지라는 기술이 역사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고고학자들이 우르에서 에아나시르의 집터를 파자, 난니만이 아니라 다른 고객들이 보낸 점토판이 한 방에서 줄줄이 나왔습니다. "약속한 구리는 대체 언제 주는 거요"라는 독촉들이었습니다. 그는 상습 불량 판매자였고, 항의 편지를 고이 모아둔 덕분에 4,000년째 별점 1점을 받은 증거를 우리가 보았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적인 "거래"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9,000년 전 차탈회위크 유적의 흑요석은 X선 형광분석으로 원소 지문을 대조하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화산에서 온 것으로 확인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카르타고 상인들이 서아프리카 해안에 물건을 놓고 물러나면 현지인들이 금을 놓고 물러나는, 말 한마디 없는 침묵 교역이 나옵니다. 양쪽 모두 만족할 때까지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고 하죠. "거래"는 문자보다, 화폐보다 먼저 있었습니다만 점토편지 기술이 등장하면서 "거래"라는 장면이 바뀌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점토편지라는 기술이 오래전 부터 있던 경제적인 "거래"장면을 바꾸었다는 증거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문자와 점토판 이전의 시장에서 속은 고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소리치고 잊히는 것뿐이었지만, 기록이라는 신기술이 들어오자 고객의 분노는 증거가 되고 협상력이 됐습니다. 속이는 판매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기록이 남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들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남기는 별점과 리뷰는 이 점토판의 직계 후손인 셈입니다. 인간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거래하고, "거래"라는 경제적 본질을 지키면서 편리함이나 협상력을 키워주는 기술이 시장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다가오는 5차산업혁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의 장면을 바꾸는 기술은 시장에 들어 옵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라는 질문의 첫 번째 힌트는 이것, 장면장면을 바꾸는 기술 곁에 서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기회를 잡습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Geni,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