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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칼럼]손에 잡히는 사업혁신-트렌드를 기회로 바꾸는 실행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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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있다.
우리는 흔히 혁신가(innovator)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내다보는 예언자, 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무에서 만들어내는 발명가로 상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르다. 혁신가의 80%는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고 지금 막 가능해지고 있으며 곧 흐름이 될 조짐을 보이는 것들을 누구보다 빨리 읽어 기회로 전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절대 다수의 혁신가들은 미래학자가 아니다.
그들이 남들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복잡한 통계모델이나 대단한 예측 기술 때문은 아니다.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계산해냈기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랐을까?
차이는 단순하다. 그들은 이미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흩어져 있는 작은 변화의 조짐들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의 행동, 기술의 쓰임, 생활방식의 변화 같은 신호들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묶어냈다.
혁신적인 안무가 Martha Graham (1894 ~ 1991)
현대무용의 혁신가로 불리는 Martha Graham은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혁신가도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대에 충실히 살 뿐이다.”
결국 앞서간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은 미래를 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시대를 누구보다 또렷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 반대로 뒤처진 사람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충분히 읽지 못했을 뿐이다.
정보의 역설도 있다.
보고서를 많이 읽는다고 혁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산업 리포트와 분석 자료가 쏟아진다. 그러나 그런 자료의 대부분은 이미 벌어진 사실을 정리한 2차적인 정보(secondary information)이다. 예컨대, S사의 신제품이 CES와 같은 전시회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 그제야 여러 매체와 보고서가 이를 인용한다. 보고서가 나오고 나면 정보는 이미 대중화된 정보가 된다. 그 시점에는 혁신가들은 이미 실행을 끝낸 상태인 것이다. 이미 알려진 정보는 안전하지만, 그만큼 혁신의 출발점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다.
혁신가마다 다른 성공 원리도 중요한 단서다.
혁신가 사이에 하나의 표준적인 성공 공식은 없다. 어떤 혁신가는 3km 밖에서도 먹이를 보는 독수리처럼 거시 흐름을 읽는 데 강하고, 어떤 혁신가는 수많은 눈으로 근접 비행을 하는 잠자리처럼 미세한 고객 경험을 읽는 데 강하다. 목표 시장과 문제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혁신 역량은 달라진다. 공통점이 있다면, 자기 전문 분야에는 깊고, 주변 분야에는 넓다는 점이다. 그리고 관찰한 것을 제품과 서비스로 재조합하는 해석력이 뛰어나다. Steve Jobs가 디지털 음악 파일과 사용자 경험을 묶어 유료 생태계로 전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술은 새롭지 않아도 조합은 새로울 수 있다.
L사가 스팀 다리미를 옷장 형태로 만들어 혁신의 역사를 새로운 생활가전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1인 가구 증가, 세탁비 절감 욕구, 아침 준비 시간 단축이라는 생활 트렌드를 읽고, 기존 스팀·건조·진동 기술을 결합했다. 어느 부품도 획기적 발명이 아니었지만, 사용자의 맥락과 기술을 연결하는 방식에서 혁신이 나왔다. 혁신은 ‘무엇이 새롭냐’보다 ‘어떻게 묶었느냐’에 더 가까운 것이다.
변곡점을 읽는 힘도 필요하다.
산업의 역사에는 변화의 힘이 누적되다가 한순간 가속되는 구간이 반복되어 왔다. PC통신에서 광대역 인터넷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흐름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변화였다. 차이를 만든 것은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라 준비의 속도였다. 경쟁사들이 표준 선택을 망설일 때 과감히 방향을 정하고 자원을 집중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했다. 이런 장면은 오늘날 AI 반도체, 배터리, 드론 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결국 속도의 문제다.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과 실행으로 옮기는 것 사이의 간격이 짧을수록 혁신 가능성은 높아진다. 관료화된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성공을 만든 사고의 패턴과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으로 작용하기 쉽다. 그래서 신사업 조직을 CEO 직속으로 두거나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GE그룹의 전성기를 이끈 고 Jack Welch 회장이 ‘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 변화 속도를 넘어가면서 위기가 오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M&A와 내부 개발을 유연하게 병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자는 수문장이 아니라 항해사다.
경영진이 외부 트렌드는 보고서로만 접하고, 내부 관리와 통제에만 몰두한다면 조직은 정보 전달용 보고서 생산에 에너지를 쓰게 된다. 반대로 경영자가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기술을 체험하며 다른 산업을 관찰하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바깥을 향한 감각을 키운다. 혁신은 경영자가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방향성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영속 기업이 되기 위한 경영자의 진짜 역할도 여기서 드러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지키는 데 머무는 순간 기업은 느려진다. 혁신적인 경영자는 정해진 코스를 가장 빠르게 가는 수영 선수가 아니라, 새로운 파도를 찾아 이동하는 서퍼(surfer)에 가깝다. 파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되는 파도를 먼저 발견해 그 힘을 타는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혁신은 예측이 아니라 통찰이다.
혁신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현재에 숨어 있는 변화의 징후를 읽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차이를 만든다. 당신의 조직은 변화의 신호들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지나간 데이터를 정리하느라 지금의 변화를 놓치고 있는가? 혁신의 씨앗은 멀리 있지 않다. 문제는 그것을 알아보는 눈과 붙잡는 속도다.
김현주 경영학박사
㈜기술과가치 파트너
성과와역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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