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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칼럼]중국 바이오의약산업의 환골탈퇴 : 한국에 대한 시사점(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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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중국의 엄청난 변화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제도혁신의 일관된 추진을 들 수 있다.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은 우선심사, 조건부허가, 혁신의약품 패스트트랙 도입을 통해 임상시험 허가 기간을 3년만에 501일에서 87일로 줄였고 관련 인력 규모도 4배로 늘렸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으로 CMC와 임상 기준을 국제 규범에 맞추었고, 마케팅 허가권자(MAH) 제도를 도입하여 제조시설이 없는 바이오텍이 CDMO에 생산을 위탁할 수 있게 하였다. 중앙집중식 물량기반 조달 정책(VBP)으로 제네릭의약품의 약가를 낮추는 대신 혁신 신약은 국가보험목록(NRDL) 조기 등재로 국내시장을 창출했다. 그리고 홍콩18A, 선전 혁신보드 및 상하이 STAR 제도를 통해 적자 상태의 바이오벤처 상장과 2차 상장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약개발에 대한 자본조달을 원활하게 하였다. 물론 정부도 신약개발 관련 R&D 투자와 벤처펀드를 적극적으로 조성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개혁을 통해 규제·보험·자본시장이 “가격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재배열되었다.
둘째, 이처럼 혁신친화적인 제도 환경이 만들어지자 바이오의약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의 신약개발 기회를 포착한 R&D 활동 및 바이오벤처의 창업이 폭발하게 된다. 수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인수합병 되었고, 남아있는 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신약개발에 특화된 바이오벤처 창업이 봇물을 이루게 되었는 데, 이 과정에서 미국·유럽에서 첨단 신약개발과 글로벌 임상 및 허가, 사업개발(BD)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귀과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빠른 시간에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의 개발과 임상시험, 그리고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협력 및 기술이전 성과를 창출하였다.
셋째, CXO(CRO·CDMO·CRDMO) 생태계와 혁신 클러스터는 이러한 기업의 신약개발 활동에 시너지를 가져다 주었다. 글로벌빅파마의 개방형혁신 생태계에서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생산을 담당하던 WuXi AppTec 등 CMO조직은 기술을 축적하여 전임상, CMC, 임상, 상업 생산에 전문화하거나 혹은 이를 포괄하는 CRO, CDMO, CRDMO 등의 서비스 모델을 만들었다. 신약개발후보물질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CXO를 통해 빠르게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이를 기술이전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발해만지역이나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 그리고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쯔강 삼각주지역에 바이오의약 혁신클러스터가 구축되었다. 여기에는 국가연구소와 대학, CXO, 바이오텍, 다국적 제약사 R&D 센터,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상급병원 등이 집적됨으로써 중국의 신약 개발 스피드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서구에 비해 2배 이상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와 의료보험 제도 및 혁신적 금융시장에 이르는 전방위적 개혁 정책, 기업의 R&D투자 및 바이오텍 창업의 폭발로 대표되는 기업가정신의 분출, 그리고 CXO와 혁신 클러스터 같은 바이오의약산업의 생태계 구축의 조합은 상호 승수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중국 바이오산업의 신약 개발 성과 창출이 가속화되었다. 여기에 마침 주력 제품의 특허 절벽이 임박한 빅파마의 새로운 파이프라인 수요가 가격과 스피드 경쟁력을 가진 중국의 신약후보물질 공급과 겹치면서 중국은 10년 만에 미국 다음의 신약개발 허브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바이오의약산업 개혁을 통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한 목적은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생체정보 및 자주기술확보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해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CXO 기업들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의약품 공급망과 신약 개발 과정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우리는 중국의 혁신 사례로부터 배울 점과 차별화해야 할 점들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 정책 차원에서 기업이 체감하는 환경을 임상시험 및 신약 허가와 의료보험, 약가 정책, 혁신적 금융시스템 등의 개혁을 통해 혁신 친화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올해 1월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과 신약허가 심사기간의 단축(420일에서 240일로), 그리고 바이오백신 펀드 2.3조원과 임상3상 펀드 600억원 조성 등 금융/R&D/규제/입지 측면에서 전방위 지원을 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제네릭 제품의 약가를 대폭 낮추고 신약 개발을 유도하는 의료보험 제도의 변화와 오송 및 대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정책이 과연 우리 기업이 신약개발과 혁신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도록 인프라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 규제와 보험, 혁신 금융 시스템과 같은 제도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과학기술 인력과 인내자본의 공급, 그리고 바이오의약 산업 가치사슬 생태계가 어우러져 신약개발에 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온전히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실용적인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전주기에 걸쳐 통합적인 정부 정책이 정권과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실행되어야 한다.
또한 중국의 시장 및 인구 등 자원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물량 보다는 질로 승부를 해야 한다. 데이터·임상 인프라에 대한 국가 투자와 규제 정비를 통해,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데이터 신뢰·품질·윤리 영역에서 한국만의 신뢰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은 혁신을 우선하는(innovation first) 전략을 구사하되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바이오의약산업의 니치 분야에서 플랫폼 기술과 국내외의 개방적 혁신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미중 간의 갈등으로 파생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빅파마 기업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중국의 바이오의약 혁신 생태계를 활용하는 전략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바이오의약산업의 성공 사례의 근원적인 학습을 통해 앞으로 10년동안 우리만의 새로운 혁신 스토리를 만들어가길 소망한다.
김영배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