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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컬럼] 새로운 법칙을 만드는 자가 이긴다

임윤철 발행인 · 2026.05.28

[임윤철 컬럼] 새로운 법칙을 만드는 자가 이긴다

2026년 5월 27일 중앙일보 중앙경제 섹션에 실린 「젠슨황 '엄살' 아니었다 … 칩의 법칙 새로 쓴 하웨이」 기사는 기술사업화를 고민하는 나에게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젠슨 황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Huawei is very, very strong. They had a record year… because we've evacuated that market."(화웨이는 매우, 매우 강하다. 그들은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우리가 그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미국 CNBC가 5월 21일 보도한 내용이다. 엔비디아의 중국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은 한때 95%였다. 지금은 사실상 0%다. 화웨이의 AI 칩 매출은 2025년 75억 달러에서 2026년 120억 달러(약 16조 원)로 60% 성장이 예측된다.

그렇다면 화웨이는 어떻게 해낸 것인가. 5월 25일 상하이에서 열린 IEEE ISCAS 2026(국제 회로·시스템 심포지엄)에서 화웨이는 'Tau Scaling Law(타오의 법칙)'와 'LogicFolding 아키텍처'를 공식 발표했다. Tom's Hardware는 이를 '제재 우회 돌파구'라고 표현했다. 핵심은 이렇다. 무어의 법칙은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어 성능을 높인다. 화웨이의 타오의 법칙은 신호 전달 시간(τ, 타우)을 줄여 성능을 높인다. 회로를 수직으로 접어 쌓는 LogicFolding으로 트랜지스터 밀도를 55% 높이고, ASML의 EUV 노광 장비 없이도 2031년까지 1.4나노미터급 성능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TSMC는 2028년, 삼성은 2029년에 1.4나노를 양산하겠다고 한다. 화웨이는 2031년 목표이니 여전히 3년 뒤처진다. 그러나 이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화웨이가 '미국이 만든 레이스'를 거부하고 '자신의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Tech Wire Asia는 이를 두고 '무어의 법칙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평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First Mover란 단순히 '남보다 먼저 하는 것'이 아니다. '남과 다른 기준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EUV가 없다는 제약을 탓하지 않았다. EUV가 필요 없는 새로운 물리적 원리를 설계했다. 규제가 혁신의 방해물이 된 것이 아니라, 규제가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이것이 First Mover식 R&D의 본질이다.

우리나라의 기술사업화 정책을 돌아본다. 정부는 'AI 시대 K-반도체 비전'을 발표하며 세계 최대 클러스터 조성, NPU 집중투자, 소부장 육성 등 7대 과제를 내세웠다. 모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무어의 법칙이라는 기존 레이스를 더 열심히 달리자'는 전략을 따라 가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레이스를 설계하는 전략은 생각하고 있나?. 한 제품, 한 기술, 한 기업을 지원하는 선형적 파이프 라인으로는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법칙을 만들 수 있는가?" AI, 바이오, 에너지, 소재—어느 분야든 한국이 세계적 First Mover가 되려면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소재·설계·제조·응용·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화웨이의 타오의 법칙은 반도체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를 통째로 재설계한 전략의 산물이다.

물론 화웨이의 선언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LogicFolding이 실제 양산에서 약속한 성능을 낼 수 있을지, 2031년 목표가 지켜질지 — 검증은 시장이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질문 자체다. 화웨이는 '어떻게 하면 EUV 없이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이 새로운 물리 원리와 설계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우리 과학기술분야의 공무원들은, 정책을 고민하는 연구원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가. 우리 R&D 예산의 얼마가 '새로운 법칙을 만드는 연구'에 쓰이고, 얼마가 '기존 법칙 위에서 따라잡는 연구'에 쓰이는가. 젠슨 황의 고백이 우리 기업의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빨리 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트랙에서 뛸 것인가'이며, 더 나아가 '그 트랙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