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인사이트
[주영섭 칼럼] 데이터와 노하우가 답이다…한국형 AI 전략
![[주영섭 칼럼] 데이터와 노하우가 답이다…한국형 AI 전략](https://cdn.coenworks.com/Files/399/News/202606/6862_20260602111043970.webp)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진실이 하나 있다. AI 경쟁이 기술 자체의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이 "AI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세계 산업은 대전환의 국면에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 특정 기술이 산업을 바꾸는 방식이었다면, 현재의 AI 시대는 산업 전체의 '작동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속도다. 과거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던 산업 구조 재편이 이제는 2~3년 안에 벌어진다. 한국 산업의 미래가 이 짧은 시간에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놓치면 경쟁력 약화가 아닌 산업 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 경쟁의 패러다임이 '기술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CES에서 존디어의 자율주행 농기계가 BMW의 자율주행차보다 더 주목받은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자동차가 훨씬 복잡하지만, 농기계는 '식량 문제 해결'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결국 기술은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 변화는 기업 전략은 물론 국가 전략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 주 전 청장은 명확하게 답한다: '데이터와 노하우'다. AI는 모델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데이터의 질과 양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데이터와 숙련된 기술자들의 노하우, 즉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AI 모델이 80점이어도 데이터와 노하우가 100점이면 결과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AI는 생산성과 품질의 혁신을 만들어낸다. 예지 보전 시스템은 장비 고장을 미리 예측해 사전 조치를 가능하게 하고, AI 비전 시스템은 사람보다 정확하게 불량을 찾아낸다.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고 품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동시에 제품 자체에 AI가 적용되면서 제품 기능도 혁신된다. 결국 생산과 제품 양쪽에서 경쟁력이 동시에 올라가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AI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답변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일부 직무는 대체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오히려 한국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숙련 인력 부족이다. 많은 기술자들이 은퇴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AI는 숙련자의 노하우를 학습·보존해 이를 확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젊은 인력도 빠르게 숙련도를 높일 수 있고 산업 현장 진입 장벽도 낮아진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의 객관적 위치는 약 6위 수준이지만, 3위부터 8위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과의 격차인데, 이는 기술력보다 투자 규모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면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필요한 것은 '이중 전략'이다. 원천 기술 분야에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유지하되, AI 활용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 AI 경쟁은 1등과 2등이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할 현실적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산업은 제조업, 의료, 문화산업이다. 제조업은 한국의 가장 강점이고, 의료는 높은 수준의 인력과 데이터를 갖추고 있으며, K-콘텐츠 같은 문화산업도 중요한 영역이다. 이들 분야에서 AI를 결합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성공은 기업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데이터 표준화,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같은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AI 경쟁은 개별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경쟁이며, 협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다.
한국이 데이터 전략과 협력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면, AI 시대에도 충분히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한국 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적 시점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해야 한다. 2~3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처 : 아주경제
링크 : https://www.ajunews.com/view/20260511162440463
위 칼럼은 [아주ABC 리더에게 묻는다 –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답이다…한국형 AI 전략" 인터뷰 내용 요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