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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설마 그럴 리가?"라는 방심이 키우는 위기, 기술사업화의 진짜 적을 경계하라

임윤철 발행인 · 2026.06.09

[임윤철 칼럼]"설마 그럴 리가?"라는 방심이 키우는 위기, 기술사업화의 진짜 적을 경계하라

1. 눈앞의 상식만 믿다 뒤통수 맞는 이유

우리는 흔히 과거의 경험이나 지금 눈에 보이는 데이터를 믿고 미래를 계획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옛날 유럽 사람들도 세상의 모든 백조는 당연히 하얗다고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호주 대륙에서 처음으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그 믿음은 단번에 깨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단 예외 하나가 수천 년의 상식을 뒤엎은 것입니다.

비즈니스 무대에서는 이처럼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믿었던 일이 실제로 터져서 시장 전체를 흔드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 기술사업화영역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더 파괴적으로 일어납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우리가 상상조차 못 했던 엉뚱한 곳에서 터진 변수 때문에 사업이 한순간에 엎어지곤 합니다.

2. 잘나갈 때 찾아오는 치명적인 사각지대

새로운 기술로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기업이 시장 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분석하며 철저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는 큰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통했던 방식이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세상이 통째로 바뀔 때는 기존의 정답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집니다. 필름 카메라의 왕,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고도 "설마 필름 시장이 망하겠어?"라며 머뭇거리다가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파산했습니다.

핸드폰 강자였던 노키아도 튼튼하고 품질 좋은 전화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가, '스마트폰'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이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이들이 게을렀거나 기술이 부족해서 망한 게 아닙니다. 내가 가고 있는 길만 너무 열심히 보느라, 주변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거대한 변화의 신호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3. 왜 기술 사업은 유독 예기치 못한 위기에 약할까?

오늘날의 기술 사업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만 잘해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같은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서로 뭉치면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제품들이 튀어나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카메라,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산업이 한 번에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말이죠. 동종 업계의 경쟁자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전혀 다른 동네에서 나타난 기술에 내 자리를 통째로 빼앗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법이나 규제, 소비자들의 마음이 바뀌는 속도도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4.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 살아남는 3가지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래를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떤 변화가 와도 끄떡없는 체력을 기를 수는 있습니다.

첫째, 하나의 정답에 올인하지 마세요 (유연함 키우기)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나 시장이라도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아서는 안 됩니다. 시장이 변하면 언제든 사업 방향을 빠르게 틀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작게 실패하며 체력을 기르세요 (가볍게 시작하기)

처음부터 너무 큰 돈과 시간을 들여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시장에 가볍게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계속 고쳐나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작은 실패를 여러 번 겪으며 다져진 기업은 큰 위기가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셋째, 내 기술이 최고라는 오만을 버리세요 (넓게 바라보기)

"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니까 무조건 성공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기술 자체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나라의 규제는 어떤지,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지,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여러 각도에서 넓게 살펴보아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습니다.

5.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담함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변화는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재앙이지만, 반대로 준비된 기업에게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됩니다. 남들이 기존의 방식만 고집하며 방심하고 있을 때, "언제든 판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한 기업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기술을 사업으로 만드는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안개 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는 방심을 버리고, 늘 깨어있는 눈으로 시장을 바라볼 때 비로소 거센 파도를 넘어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