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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기술이 허문 유통의 벽, 약 배송을 가로막을 순 없다

임윤철 발행인 · 2026.11.02

[임윤철 칼럼] 기술이 허문 유통의 벽, 약 배송을 가로막을 순 없다

디지털 혁신이 거침없이 진격하는 시대다. 장보기는 물론이고 자동차 구매, 금융, 심지어 원격 진료까지 스마트폰 화면 터치 몇 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복잡하고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왔고, 그 과실은 고스란히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단 하나, 비대면 진료 후 이어지는 ‘의약품 배송’만큼은 거대한 규제와 이해관계의 장벽에 막혀 제자리를 걸음하고 있다. 최근 정부 부처 간의 입장 차이와 약업계의 반발로 불붙은 약 배송 논란을 보며,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비대면 진료의 완성은 결국 ‘약 배송’이다.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더라도, 정작 약을 받기 위해 시내 약국을 돌아다녀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만성질환자, 혹은 어린아이를 키우며 당장 외출이 힘든 부모들에게 약 배송은 단순한 ‘유희적 편의’가 아니라 필수적인 ‘의무적 복지’이자 의료 접근성의 문제다.

약업계는 약 배송이 허용될 경우 대형 플랫폼에 약국이 종속되고 의약품 오남용 및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한다. 시장의 독점화나 약물의 안전한 전달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철저한 제도적 보완책과 공공 플랫폼 수립, 배송 가이드라인 준수를 통해 충분히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변화의 물결 자체를 막아서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과거 유통 및 택배 산업이 발전할 때도 기존 골목상권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시장은 새로운 생태계를 적응·발전시켰고 소비자의 삶의 질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기술이 가져온 유통 혁신은 거스룰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유통 단계가 축소되고 직관적인 배송이 이루어지는 것은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법칙이다. 이미 G7 등 수많은 선진국에서는 안전한 제도적 틀 안에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합법화하여 국민적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만 유독 이 흐름에서 뒤처질 이유는 없다.

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와 '국민'이 서 있어야 한다. 낡은 규제의 틀을 깨고, 플랫폼의 순기능을 적극 활용하되 부작용을 억제하는 지혜로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기술 발달에 따른 유통 구조의 혁신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국민의 건강권과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약 배송 제도의 신속한 정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