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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2화> 이름 안에 이미 세계가 들어 있었다 - 헤어드라이어 하나로 세계 3위가 된 회사

임윤철 · 2026.08.11

<'100년기업' 제2화> 이름 안에 이미 세계가 들어 있었다 - 헤어드라이어 하나로 세계 3위가 된 회사

1978년, 이충구 회장은 직원 다섯 명과 자본금 1천만 원으로 회사 하나를 차렸다. 헤어드라이어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는 이 작은 회사에 '유닉스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니섹스(Unisex)와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이름이었다. 직원 다섯 명짜리 회사가, 창업 첫날부터 사명에 이미 "세계"를 박아 넣은 셈이다.

그로부터 수십 년, 유닉스전자는 헤어드라이어 한 품목만 파고들었다. 다른 가전으로 사업을 넓히지 않았고,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대신 세계 곳곳의 유통망을 뚫고 제품을 실어 날랐다. 그 결과 세계시장 점유율 25퍼센트, 세계 3위에 올랐다.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음이온 드라이어를 내놓아 출시 1년 만에 전체 시장의 60퍼센트를 가져가기도 했다. 그리고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절삭공구 회사 YG-1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송호근 회장이 40년을 절삭공구 하나에 매달린 끝에, 지금은 엔드밀 세계 1위, 탭 세계 3위, 드릴 세계 6위에 올랐다. 75개국에 수출하고 26개국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절삭공구는 자동차 산업과 항공기 산업 곳곳에서 쓰이지만, 정작 소비자 중에 이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세계시장 1~3위를 지키면서도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들을 "히든챔피언"이라 이름 붙이고 연구했다. 이 책의 한국어판 감수를 맡은 유필화 교수는 추천사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히든챔피언으로 바로 이 두 곳, 유닉스전자와 YG-1을 직접 거명했다.

우리 내수 시장은 어중간하게 크다. 회사 하나가 먹고살 만큼은 되지만, 세계 1위를 길러낼 만큼 크지는 않다. 그래서 "국내 1위"라는 달콤한 자리가 오히려 세계화를 미루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유닉스전자는 처음부터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좁은 시장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도 40년 넘게 적자 한 번 내지 않으려면, 사명을 잘 짓는 것 말고 또 무엇이 필요했을까?

출처: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히든 챔피언』(한국어판, 흐름출판, 유필화 감수) 추천사 — 위키백과 "히든 챔피언"(https://ko.wikipedia.org/wiki/히든_챔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