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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4화>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 파리 봉마르셰가 손님에게 건넨 한마디

임윤철 · 2026.08.17

<'100년기업' 제4화>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 파리 봉마르셰가 손님에게 건넨 한마디

1860년대 파리. 한 부인이 커다란 상점 앞에서 머뭇거린다. 그 시절의 가게란 문을 여는 순간 점원이 달라붙고, 값은 부르는 게 값이고, 흥정 끝에 안 사고 나오면 등 뒤로 눈총이 꽂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 앞의 점원이 뜻밖의 말을 건넨다.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부인." 매장 안의 물건에는 저마다 가격표가 달려 있어 누가 사든 같은 값이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가져와 값을 돌려받을 수 있다.

행상 출신의 아리스티드 부시코가 아내 마르그리트와 함께 일군 백화점 봉마르셰는 이렇게 정찰제, 자유 입장, 반품 보장이라는 근대 상업의 문법을 발명했다. 연 매출은 1852년 무렵 약 50만 프랑에서, 부시코가 세상을 떠난 1877년 7,200만 프랑으로 뛰었다. 그해 이 백화점의 직원 수는 1,788명에 달했다. 손님을 먼저 믿어준 가게가 손님의 지갑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덜 알려진 후반부가 있다. 부시코 부부는 손님만 믿은 것이 아니었다. 1876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직원들에게 이익을 나누는 제도를 만들었고, 아픈 직원을 돕는 공제기금과 20년 이상 근무자를 위한 연금기금을 세웠으며, 무료 진료와 야간학교까지 제공했다. 부부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회사는 간부와 직원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로 이어졌다.

당시 파리의 다른 상점들은 직원을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세워두고, 실적이 나쁘면 그 자리에서 해고하는 것이 예사였다. 봉마르셰는 그 반대편에 섰다. 손님에게 건넨 믿음과 직원에게 건넨 안전망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선심이 아니라 같은 하나의 원칙이 두 방향으로 흘러나온 것이었다.

문 앞에서 건넨 한마디,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이 말이 손님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면 — 그것은 대체 누구를 향한 말이었을까?

출처: Michael B. Miller, 『The Bon Marché: Bourgeois Culture and the Department Store, 1869–1920』(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1), Le Bon Marché 공식 연혁(https://www.lebonmarche.com/en/store/culture/heritage-lebonmar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