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29화> 타이어 회사가 식당에 별을 단 이유 — 미쉐린 가이드

맛집을 고를 때 우리는 별점과 리뷰를 봅니다. 최고의 식당에는 별을 붙여 등급을 매기죠. 그런데 그 별을 처음 매긴 곳이 식당업계가 아니라 타이어 회사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00년 프랑스로 가 보겠습니다.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던 해, 타이어 회사를 운영하던 앙드레 미쉐린과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에게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자동차라고 해 봐야 고작 삼천 대. 타이어를 팔려면 사람들이 차를 더 몰고, 더 멀리 다녀야 하는데 길에는 주유소도 정비소도 지도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형제는 묘안을 냅니다. 운전자에게 공짜로 나눠줄 빨간 표지의 안내서를 만든 것입니다. 그 안에는 지역별 주유소와 정비소, 호텔과 식당, 타이어 가는 법에 열차 시간표까지 담겼습니다. 초판 3만 5천 부에는 "이 책은 새로운 세기와 함께 태어났으니 이 세기만큼 오래갈 것"이라는 당찬 서문이 붙었습니다. 차를 몰 이유를 만들어주면 타이어는 저절로 닳는다는 계산이었죠. 그런데 몇 해 뒤, 앙드레는 한 정비소에서 작업대의 흔들리는 다리를 받치는 데 자기네 안내서가 쓰이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공짜로 준 것은 아무도 귀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방금 보신 장면은 미쉐린이 스스로 남긴 회사 역사 기록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깨달음 뒤로 미쉐린 가이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1920년 미쉐린은 안내서를 공짜 배포에서 유료 판매로 바꿨고, 광고를 뺐으며, 신분을 숨긴 전문 조사원을 식당에 보내 손님인 척 음식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1926년에는 뛰어난 식당에 별 하나를 주기 시작했고, 1931년 별 셋까지의 등급 체계가 완성됐습니다. 별 셋의 정의가 멋집니다. 그 식당을 위해서라면 일부러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 별 하나는 그 부류에서 특히 훌륭한 곳, 별 둘은 멀리 돌아갈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처음 만든 사은품이 이제는 미식의 최고 권위가 되었으니, 만든 사람들도 예상 못 한 성공이었습니다. 익명 평가와 등급이라는 이 장치는 워낙 강력해서, 별 하나에 식당의 운명이 갈리고 어떤 요리사는 별을 반납하기도, 별을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타이어를 팔려고 만든 사은품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뢰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어디서 먹고 잘지 몰라 자동차 여행을 망설이던 장면은, 별점을 믿고 낯선 도시로 떠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쉐린이 증명한 것은 이것입니다. 새 기술을 팔려면 그 기술을 쓸 이유와, 낯선 선택을 믿게 해줄 장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동차라는 신기술은 타이어만으로 팔리지 않았고, 믿고 떠날 수 있다는 안심이 있어야 팔렸습니다. 오늘의 별점과 맛집 앱은 모두 이 빨간 책의 후손이며, 익명 조사원의 자리는 이제 수백만 소비자의 리뷰가 대신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스물아홉 번째 힌트는 이것, 물건을 팔고 싶다면 그 물건을 쓸 세상까지 함께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ÉDITION 1900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