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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5화> 손톱깎이 회사에 걸려온 전화 한 통 - 세계 1위 손톱깎이가 사라진 이유

임윤철 · 2026.08.20

<'100년기업' 제5화> 손톱깎이 회사에 걸려온 전화 한 통 - 세계 1위 손톱깎이가 사라진 이유

2008년 1월,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 시장 1위를 지키던 회사 쓰리쎄븐에 비보가 전해졌다.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것이다.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먼저 떠올릴 일화가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자사 여객기 기종과 같은 이름을 쓴다며 상표권 소송을 걸었을 때, 작은 손톱깎이 회사가 미국 법정에서 당당히 승소한 이야기다. 1975년 설립 이후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회사이기도 했다. 그런 회사가, 비행기가 아니라 세금 앞에서 무너졌다.

2006년 5월부터 2007년 8월까지,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쓰리쎄븐 지분 260만여 주(당시 시가로 370억여 원)를 세 차례에 걸쳐 새로 인수한 바이오 회사의 임직원과 자신의 가족에게 나눠주었다. 은퇴를 준비하며 미리 정리해둔 상속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속세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증여한 사람이 5년 안에 사망하면, 그 증여는 상속으로 간주된다. 미리 나눠준 재산도 죽는 순간 다시 상속재산으로 합산돼 세금이 매겨진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 증여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 앞에 15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감당할 방법이 없었던 이들은 결국 보유 지분 240만 주 가운데 200만 주를, 국내의 한 상장 제약회사가 세운 지주회사에 180억 원을 받고 넘겼다. 세계 1위 기업의 주인이 세금 고지서 한 장에 바뀐 것이다.

의약품이 본업이던 새 주인에게 손톱깎이는 낯선 사업이었다. 2009년 9월, 그 회사는 쓰리쎄븐 지분을 공개매각에 내놓았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꺾인다. 인수자로 나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형규 회장의 2세들과 사위였다. 이들은 새 회사를 세워 63억 원에 지분을 되사들였고, 경영권을 되찾아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세금 고지서 한 장이 가족의 손에서 회사를 앗아갔다가, 몇 해 뒤 그 가족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 번 잃었다가 되찾은 회사와, 처음부터 한 번도 잃지 않은 회사는 같은 회사일까, 다른 회사일까? 그리고 그 사이에 가족이 두 번 치른 값 — 한 번은 세금으로, 한 번은 되사는 값으로 — 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출처: 머니투데이(2024.11.1) "보잉 이긴 탄탄한 K-기업 몰락 이유…'상속세 148억 더? 결국 회사 매각'"(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110114202792991), 한국일보(2017.11.23) "상속세 폭탄에 매각, 백년기업은 없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123049763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