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7화> 열여덟 권의 책과 하나의 질문 - 여섯 자리는 어떻게 좁혀졌나

100년 사는 기업에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 한 저자가 이 막연한 직감 하나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미국의 짐 콜린스는 "핵심가치는 보존하고 나머지는 자극한다"는 명제를 세워두었고, 로열더치쉘에서 수십 년간 임원으로 일한 아리 드 지우스는 "환경 민감성"이라는 개념을 남겼다. 200년 넘은 가족기업 모임 에노키앙은 스스로의 생존 비결을 기록해왔고, 일본의 고토 도시오는 평생을 장수기업 연구에 바쳤다. 열여덟 권의 책과 국내외 보고서 여섯 편을 한 권씩 읽어나가며, 저자는 노트에 각 책의 주장을 적고 겹치는 부분에 표시를 해나갔다.
그렇게 표시가 유독 많이 겹치는 자리가 여섯 군데로 좁혀졌다. 이념을 지키면서 변화를 자극하는가. 팔던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잘하는 것으로 옮겨가는가. 위기를 버틸 재무 여력을 쌓아두는가. 함께 버는 사람들을 진짜 자산으로 대하는가. 대를 잇는 일을 제도로 만들어두는가. 그리고 무너지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가.
여기서 앞서 만난 여섯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자. 절대 거짓을 적지 않기로 한 상인의 장부. 헤어드라이어 하나로 세계 3위에 오른 회사의 사명. 세기의 부를 열고도 자기 곳간은 지키지 못한 사나이. 손님에게 구경만 하셔도 된다고 말한 백화점. 세금 고지서 한 장에 두 번 흔들린 손톱깎이 회사.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던 카메라 회사.
이 여섯 장면은 사실 흩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각각이 방금 말한 여섯 자리 중 하나를 몰래 가리키고 있었다. 다티니는 첫째 자리를, 유닉스전자는 둘째 자리를, 드레이크는 셋째 자리를, 봉마르셰는 넷째 자리를, 쓰리쎄븐은 다섯째 자리를, 코닥은 여섯째 자리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질문들 — "그 하나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 "지키는 재능과 버는 재능은 왜 다른가" — 의 답은 사실 이 여섯 자리 안에 있었다. 이제부터 그 여섯 자리를 하나씩 열어본다.
출처: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Built to Last』(1994); 아리 드 지우스, 『The Living Company』(1997); 고토 도시오, 장수기업 연구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