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31화> 밤마다 산꼭대기의 불을 세던 사람들 — 정보의 속도

우리는 지구 반대편 소식을 실시간으로 봅니다. 속보 알림이 몇 초 만에 울리죠. 그런데 소식 하나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며칠씩 걸리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정보를 옮겼을까요? 조선 시대 서울의 남산으로 가 보겠습니다.
해가 지기 전, 남산 꼭대기의 봉수군이 서쪽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피어오르는 불의 개수를 세기 위해서입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아무 일 없이 평안하면 불 하나, 적이 나타나면 둘, 국경에 접근하면 셋, 국경을 넘으면 넷, 전투가 벌어지면 다섯. 변방의 봉수대에서 오른 불은 산에서 산으로 이어져 몇 시간 만에 도성의 남산에 닿습니다. 봉수군은 오늘도 불 하나를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나라가 평안하다는 뜻이니까요. 만약 불이 다섯 개 오르는 밤이면, 그는 자다가도 뛰어나가 조정에 급보를 올려야 합니다. 사람이 말을 타고 열흘 달릴 거리를, 산꼭대기의 불빛이 하룻밤에 건너뛴 것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경국대전』과 여러 사료에 남은 조선의 봉수 제도를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봉수는 전국에 그물처럼 깔려 다섯 갈래의 간선이 모두 남산으로 모였습니다. 급할 때는 봉화, 문서가 필요할 때는 말을 갈아타며 달리는 파발이 함께 움직였죠. 흥미로운 것은 이 정보망의 약점입니다.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오면 불이 보이지 않았고, 봉수군이 졸다가 신호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값비싼 정보망은 오직 나라의 것이었습니다. 봉수군이 실수로 헛불을 올리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으니, 신호를 잘못 보내는 자에게는 엄한 벌이 따랐습니다. 정확성과 속도를 맞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그 시절 사람들도 알았던 셈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곧 알아챕니다. 빠른 정보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전쟁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로마의 상인들은 배가 항구에 들어오는 소식을 언덕 위 신호로 먼저 받았고, 중세 유럽의 은행가들은 자기만의 전령을 두어 왕보다 빨리 소식을 받았습니다. 정보를 남보다 먼저 쥐는 것이 곧 돈이 된다는 사실을, 상인들은 국가보다 먼저 사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소식이 사람의 발걸음 속도로만 퍼지던 장면은, 불빛과 파발이 그 속도를 몇 배로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보의 속도는 그 자체로 힘이자 돈입니다. 같은 물건도 남보다 하루 먼저 시세를 아는 사람은 사고 팔 시점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5부에서 우리는 이 속도를 향한 경쟁이 봉화에서 전신으로, 해저 케이블로, 그리고 100만분의 1초를 다투는 오늘날의 거래로 치닫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는 AI가 세상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이 경쟁의 끝을 새로 씁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서른한 번째 힌트는 이것, 남보다 먼저 알고 먼저 전하는 길목에 서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Wongwt,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