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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8화> 세 번 틀리고서야 알게 된 것들 - 정답이 아니라 오답에서 배운 것

임윤철 · 2026.08.29

<'100년기업' 제8화> 세 번 틀리고서야 알게 된 것들 - 정답이 아니라 오답에서 배운 것

여섯 자리를 세우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틀린 자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크게 틀렸던 것은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히든 챔피언』이었다. 세계시장 1~3위를 지키면서도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들 이야기를, 저자는 서점에서 찾은 책으로 먼저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야 그 책이 지몬의 원저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들이 쓴 에세이 모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진짜 원서를 다시 구해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히든챔피언의 핵심 전략 — 좁은 시장에 집중하고 그 좁은 시장을 처음부터 세계 단위로 설계한다는 원리 — 이, 세워둔 여섯 개 자리 어디에도 온전히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여섯 자리는 전부 "이미 시작한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묻고 있었는데, 니치 전략은 "애초에 어떤 시장에서 게임을 할 것인가"를 묻는, 한 걸음 더 앞선 질문이었다.

두 번째로 틀릴 뻔한 지점은 삼성이었다. 히든챔피언이 "좁게 파고들어라"고 말하는데, 삼성 반도체는 정반대로 "규모와 속도로 시장 전체를 지배하라"는 초격차 전략으로 성공했다. 정반대의 두 성공 사례라면 자리가 하나 더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삼성이 세상을 놀라게 한 결정적 순간 — 불황기 역행 투자 — 을 다시 뜯어보니, 오너경영의 신속함과 보수적 재무가 쌓아둔 실탄과 위기를 기회로 읽는 감지력, 이미 세워둔 세 자리가 만나는 지점으로 충분히 설명됐다. 새 자리는 필요 없었다.

세 번째는 전제 자체를 흔든 책이었다. 한 경영학자는 "역사가 길다는 사실 자체는 경쟁우위가 아니다. 그 역사가 만든 구체적인 자원이 지금도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는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때까지 읽은 책 대부분이 "오래됐다"는 사실 자체를 은근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출처: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Hidden Champions』(원저); 권오현, 『초격차』; 신형덕, 『잘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