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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11화> 하녀도 주주가 되었다 — 세계 최초의 주식

임윤철 · 2026.07.20

<제11화> 하녀도 주주가 되었다 — 세계 최초의 주식

요즘은 주식 앱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도 글로벌 기업의 주주가 됩니다.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이 당연한 상식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세계 최초의 주주 명단에 하녀의 이름이 올라간 날, 1602년 여름 암스테르담으로 가 보겠습니다.

1602년 8월 31일 밤, 암스테르담 상인 디르크 판 오스의 저택. 오늘 자정이면 새로 세워진 동인도회사의 출자 청약이 마감됩니다. 응접실에 차린 임시 사무소에는 향신료 무역의 큰손들이 줄지어 서명을 남기고 갑니다. 마감 직전, 문가에서 머뭇거리던 여인이 다가옵니다. 이 집의 하녀 넬첸 코르넬리스입니다. "저도... 100길더를 넣고 싶습니다." 몇 해를 아껴 모은 품삯입니다. 필경사는 웃지 않고 장부에 이름을 적습니다. 회사의 규약이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주민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고.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가 사람의 신분을 묻지 않고 돈의 액수만 물은 것입니다. 자정, 장부가 닫힙니다. 암스테르담에서만 1,143명, 큰 상인부터 하녀까지 370만 길더가 모였습니다. 바다 건너 향신료 무역의 위험과 이익이, 방금 잘게 쪼개져 시민들의 주머니로 나뉘어 들어갔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지금도 남아 있는 동인도회사의 1602년 청약장부를 근거로 상상해 본 것입니다. 하녀 넬첸의 이름과 100길더도 그 장부에 실제로 적혀 있습니다. 이 회사가 발명한 것은 배도 항로도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항해 한 번마다 돈을 모으고 흩던 관행을 끝내고 자본을 회사에 묶어두는 대신, 지분이라는 종이를 만들어 그것을 사고팔 수 있게 한 겁니다. 1611년 암스테르담에 증권거래소가 서면서 주식을 되파는 세계 최초의 유통시장이 열렸고, 배당이 현금 대신 후추와 향신료 현물로 지급된 해도 있었습니다. 1688년에는 주식시장을 다룬 세계 최초의 책 『혼란 속의 혼란』이 암스테르담에서 나왔을 정도입니다. 반전은 우리 시대에 있습니다. 2010년 네덜란드의 한 역사학도가 지방 문서고를 뒤지다 1606년 발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권 증서를 찾아냈습니다. 400년 전의 종이 한 장이, 오늘날 전 세계 증시로 자란 시스템의 출생증명서였던 셈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대항해의 이익을 왕과 큰손들이 독차지하던 장면은, 하녀가 품삯으로 무역선의 지분을 사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주식의 본질은 위험을 잘게 쪼개는 기술입니다. 혼자서는 감당 못 할 위험을 천 명이 나누자 거대한 모험에 자본이 모였고, 언제든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유동성은 편리함이, 신분 대신 지분만큼 발언하는 구조는 평범한 사람들의 협상력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조각투자와 크라우드펀딩, 자산 토큰화는 이 쪼개기 기술의 최신판일 뿐입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와 AI 모델의 지분마저 쪼개져 거래될 것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열한 번째 힌트는 이것, 큰 위험을 작게 쪼개 나눠 갖게 만드는 사람에게 자본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Westfries Archief 소장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