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15화> 동전을 만져본 게 언제입니까 — 현금이 사라진 나라

마지막으로 동전을 만져본 게 언제입니까? 몇 달 전인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변화를 우리보다 한발 앞서 겪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현금이 거의 사라진 나라,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 보겠습니다.
일요일 아침, 스톡홀름의 오래된 교회. 예배가 끝나고 헌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헌금 바구니가 돌지 않습니다. 대신 앞쪽 화면에 계좌 번호 하나가 떠 있습니다. 신자들은 휴대폰을 꺼내 송금 앱을 누릅니다. 교회를 나서면 길모퉁이에서 노숙인 잡지 판매원이 손님을 맞습니다. 그의 목에는 잡지와 함께 카드 단말기가 걸려 있습니다. 현금을 내미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골목 빵집 문에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현금은 받지 않습니다." 은행 지점들조차 금고에서 현금을 치워버린 나라, 스웨덴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여러 해 동안 보도된 기록들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역사를 알면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워집니다. 유럽에서 최초로 지폐를 만든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기 때문입니다. 1661년 스톡홀름스 방코의 은행가 팔름스트루크는 무거운 구리 화폐 대신 종이 증서를 발행했습니다. 2화의 교자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다음 장면이 짐작되실 겁니다. 은행은 준비금 없이 지폐를 남발하다 몇 년 만에 파산했고, 팔름스트루크는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감형되어 감옥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그 수습 과정에서 1668년에 세워진 것이 릭스방크,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입니다. 지폐를 가장 먼저 만든 나라가 이제 현금을 가장 먼저 버리는 중이고, 릭스방크는 디지털 화폐 'e-크로나'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하마는 이미 2020년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정식 발행했고, 중국도 디지털 위안을 시험 중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2018년 스웨덴 정부는 전국 가정에 민방위 안내서를 배포하며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위기나 전쟁에 대비해, 집에 소액권 현금을 보관해 두라고. 현금 없애기의 선두 주자가 국민에게 현금을 쟁여 두라고 당부한 것입니다. 정전 한 번이면 멈추는 돈의 약점을, 그들이 가장 먼저 알아챈 셈이죠.
자, 오늘의 결론이자 2부의 마무리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동전이 짤랑이던 계산대의 장면은 휴대폰이 한 번 울리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2부에서 본 돈의 역사는 물질이 사라지는 역사였습니다. 소금은 잣대를, 동전은 검증을, 환어음은 정보를, 주식은 위험 나누기를, 금본위제는 표준을, 신용카드는 들고 다니는 신용을, 비트코인은 새 보증인을 만들었고, 이제 돈은 형태마저 벗는 중입니다. 그러나 형태가 무엇이든 본질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돈은 신뢰입니다. 그리고 스웨덴의 민방위 안내서가 보여주듯, 완전히 정보가 된 돈의 시대에는 신뢰에 더해 멈추지 않는 회복력까지 팔아야 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열다섯 번째 힌트는 이것, 모두가 편리함을 팔 때 비상시에도 작동하는 믿음을 파는 사람이 마지막에 웃는다는 것입니다. 다음 화부터는 3부, 사람이 모이는 곳 '시장이라는 무대'가 시작됩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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