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17화> 4,000개의 가게, 하나의 지붕 — 560년째 영업 중인 쇼핑몰

임윤철 · 2026.07.28

<제17화> 4,000개의 가게, 하나의 지붕 — 560년째 영업 중인 쇼핑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쇼핑몰 안은 언제나 쾌적합니다. 지붕 덮인 상가는 현대의 발명 같지만, 에어컨도 전기도 없던 시대에 이미 전천후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560년째 영업 중입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로 가 보겠습니다.

17세기의 어느 아침, 여행가 에블리야 첼레비가 시장의 철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문을 지나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한여름의 뙤약볕은 사라지고, 돌로 짠 둥근 지붕 아래 서늘한 어스름이 펼쳐집니다. 거리 하나는 온통 금은방, 다음 거리는 카펫, 그다음은 향신료와 비단입니다. 길을 잃을 만하면 천장의 채광창으로 빛줄기가 내려와 방향을 알려줍니다. 골목마다 물장수가 놋잔을 부딪치며 지나가고, 가게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와 찻잔 나르는 소년들이 엇갈립니다. 해 질 무렵, 문지기들이 의식을 치르듯 육중한 철문들을 잠급니다. 상인들은 물건을 가게에 그대로 두고 빈손으로 귀가합니다. 밤의 시장은 통째로 하나의 거대한 금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첼레비는 여행기에 이 광경을 성채 같은 시장이라고 적었습니다. 시장이 아니라, 지붕을 덮은 하나의 도시였던 겁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에블리야 첼레비의 『여행기』와 지금도 영업 중인 실물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시장의 출생 기록은 명확합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오스만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몇 해 뒤 돌지붕을 얹은 보석 시장 베데스텐을 지었습니다. 목적이 재미있습니다. 시장의 임대료로 아야소피아 사원의 유지비를 대도록 한 것입니다. 사원이 시장을 먹여 살린 게 아니라, 시장이 사원을 먹여 살렸습니다. 베데스텐 주변으로 지붕 덮인 거리가 자라나 오늘날 61개 골목에 4,00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섰고, 하루 수십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시장이 됐습니다. 화재와 지진에 여러 번 무너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지어졌습니다. 상인들은 업종별 길드를 이뤄 품질과 값을 자율로 단속했고, 도제를 길러 가게를 물려주었습니다. 첼레비는 1638년 술탄 앞에서 열린 대행렬에서 시장의 길드들이 저마다 수레 위에 작업장을 꾸미고 행진했다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아고라의 시장 감독관이 국가의 장치였다면, 바자의 길드는 상인들 스스로 만든 신뢰 장치였던 셈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지붕이라는 단순한 기술이 시장을 날씨에서 해방시키자, 장날에만 서고 해가 지면 흩어지던 시장의 장면은 일 년 내내 끊기지 않는 시장의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잠기는 철문은 시장을 금고로 만들어 보석 같은 고가품 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한 지붕 아래 모인 4,000개의 가게는 손님에게 무한 비교라는 협상력을 주었습니다. 16화의 아고라가 만남의 밀도를 발명했다면, 그랜드 바자는 거기에 지속성과 안전을 더했습니다. 오늘의 백화점과 쇼핑몰, 그리고 24시간 열려 있는 온라인 장터는 모두 이 돌지붕의 후손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열일곱 번째 힌트는 이것, 거래가 끊기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은 오백 년이 지나도 임대료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Jorge Franganillo,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