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25화> 로마에도 짝퉁이 있었다 — 브랜드의 탄생

우리는 이름을 보고 물건을 삽니다. 만든 사람의 얼굴은 몰라도 상표는 믿으니까요. 물건에 이름을 새겨 파는 이 방식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그리고 짝퉁은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두 질문의 답은 같은 장소에 있습니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서기 1세기, 북이탈리아 모데나 근처의 등잔 공방. 도공이 갓 빚은 기름 등잔을 뒤집어 바닥에 도장을 꾹 눌러 찍습니다. 포르티스. 공방 주인의 이름입니다. 물건을 떼러 온 갈리아 상인이 묻습니다. "촌구석 사람들이 이 글자를 읽기나 하겠소?" 주인이 답합니다. "읽지 못해도 알아보게 되오. 이 이름이 찍힌 등잔은 심지가 고르게 타고 기름이 새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에는 손님들이 먼저 이 이름을 찾을 것이오." 상인은 등잔 천 개를 수레에 싣고 알프스를 넘습니다. 그리고 몇 해 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갈리아의 어느 허름한 공방에서도 도공 하나가 자기가 만든 등잔 바닥에 도장을 꾹 눌러 찍습니다. 똑같이, 포르티스. 브랜드가 태어난 곳에서 짝퉁도 함께 태어난 것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발굴된 유물들을 근거로 상상해 본 것입니다. 포르티스 도장이 찍힌 로마 등잔은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갈리아, 브리타니아, 도나우 연안까지 제국 전역에서 출토됩니다. 학자들의 분석 결과 그중 상당수는 원조 공방이 아닌 각지의 모방 공방에서 만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럽 박물관들에 흩어진 포르티스 등잔들은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짝퉁 컬렉션인 셈입니다. 도공의 도장은 로마의 발명이 아닙니다. 그리스 도기에도, 중국 청동기에도 만든 이의 표식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건이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 얼굴 모르는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팔리는 시대가 열리자, 표식은 비로소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름이 재산이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1,800년이 더 걸렸습니다. 1876년 영국이 세계 최초의 상표 등록부를 열었을 때, 등록 1호는 바스 맥주의 빨간 삼각형이었습니다. 전날 밤부터 직원이 등록소 앞에서 밤을 새워 받아낸 번호였다고 전해집니다. 그 빨간 삼각형은 150년이 지난 지금도 병에 붙어 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물건을 만든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사던 장면은, 물건에 찍힌 이름을 보고 사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은 신뢰의 압축입니다. 품질을 매번 검사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해, 지난 거래의 평판을 이름 하나에 눌러 담은 것입니다. 사막 상인들의 평판 네트워크가 이름표를 달고 물건에 올라탄 셈이죠. 그래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는 고르는 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함이고, 정직한 생산자에게는 값을 더 받을 협상력입니다. 짝퉁이 브랜드와 같은 날 태어난 것도 당연합니다. 신뢰가 이름에 담기는 순간, 이름을 훔치는 것이 가장 쉬운 도둑질이 되니까요.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스물다섯 번째 힌트는 이것, 이름에 신뢰를 쌓아라, 그러면 어느 날부터 이름이 대신 일한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