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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이라더니…은행권 희망퇴직 ‘연례행사’로 굳어지나

이청원 · 2026.02.03

신의 직장이라더니…은행권 희망퇴직 ‘연례행사’로 굳어지나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에서 희망퇴직이 더는 예외가 아닌 정례 절차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연말·연초에 맞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희망퇴직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안정된 직장”의 상징이던 은행도 구조 재편의 한복판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망퇴직이 반복되는 핵심 이유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바일·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영업점 역할이 줄고, 이에 따라 점포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 은행들은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흐름이 당분간 되돌리기 어렵다고 본다. 동시에 고연차·고임금 구조가 고착된 인건비 부담도 크다. 수익성 관리와 비용 절감이 경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희망퇴직은 단기간에 인건비 구조를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으로 작동한다.

내용을 보면, 이번 희망퇴직은 대상 연령이 내려가고 조건은 다소 ‘박해진’ 흐름이 확인된다. 일부 은행은 만 40세 수준까지 대상을 넓혀 신청을 받았고, ‘1985년생까지 포함’ 같은 기준도 거론된다. 특별퇴직금은 근속·직급 등에 따라 차등을 두되, 주요 은행이 대체로 ‘최대 31개월치’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보다 상단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규모도 작지 않다. 연말·연초 희망퇴직으로 5대 은행에서 2400명 안팎이 짐을 쌌다는 집계가 나왔고, 1인당 수령액이 평균 4억~5억원대로 추정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례에 따라 10억원 안팎이 거론되며 “이자 장사 논란 속 과도한 퇴직금”이라는 비판과 “직원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문제는 희망퇴직이 ‘산업 전환’의 해법이 아니라 ‘퇴장 비용’으로만 굳을 때 생긴다. 실제로 은행권은 희망퇴직 확대와 맞물려 신규 채용이 축소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젊어지지 않고, 숙련 인력은 빠져나가며,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만 커질 수 있다. 희망퇴직이 자발적 선택이라 해도, 40대 초반까지 ‘조기 퇴장’이 일상화되면 노동시장과 지역 금융 서비스에도 충격이 남는다.

대안은 ‘희망퇴직만’이 아닌 ‘전환 관리’로 옮겨가야 한다. 첫째, 디지털 전환으로 사라지는 업무만큼 새로 생기는 리스크관리·자산관리·컴플라이언스·데이터 운영 직무로의 재교육과 이동 경로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점포 축소로 발생하는 지역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령층·취약계층 대상 대면 서비스는 공공성과 연결해 유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퇴직금 규모 논란을 줄이려면 산정 기준과 재취업·창업 지원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납득을 높여야 한다. 희망퇴직이 ‘돈으로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머무르면, 신의 직장 신화가 무너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금융의 현장 경쟁력도 같이 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