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인사이트
[임윤철 칼럼]AI 전환기, 시니어의 ‘경험’과 청년의 ‘도전’이 만나는 지점
![[임윤철 칼럼]AI 전환기, 시니어의 ‘경험’과 청년의 ‘도전’이 만나는 지점](https://cdn.coenworks.com/Files/399/News/202604/6862_20260421120158762.jpg)
인류 역사의 변곡점마다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위협하는 듯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일의 성격을 재편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왔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시니어 4명 중 1명이 일터로 나설 만큼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양대 이상욱 교수가 지적했듯,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업무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우리는 이 두 가지 흐름을 연결해 새로운 노동의 문법을 써 내려가야 한다.
시니어 노동의 진화: ‘숙련된 보조자’에서 ‘개념적 가이드’로
비교적 낮은 임금 수준에서도 근로 의지가 높은 시니어들의 일자리는 앞으로 단순 노무를 넘어 '지식의 현행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과거의 시니어 노동이 육체적인 보조에 머물렀다면, AI 시대의 시니어는 자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의 '맥락'을 AI에 주입하고 검증하는 경험의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상욱 교수의 주장처럼 기술이 업무 성격을 바꾼다면, 시니어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통찰'과 '복합적 문제 해결력'을 제공하는 저비용·고효율의 전문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 현장의 은퇴 숙련공은 AI가 학습할 데이터의 정밀도를 판별하는 '기술 가디언'이 되고, 서비스업의 시니어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정서적 공감과 노련한 위기 대응력을 발휘하는 '시니어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들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완충 지대이자,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청년의 도전: '대체 불가능한 개념'을 설계하는 창업가
반면, 신규 진입이 어려워진 청년 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일자리를 나눠 갖는 방식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은 AI를 도구 삼아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드는 '리스크 기반의 창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기성 시스템 안에서 빈자리를 찾기보다, 스스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개념적 설계자(Conceptual Designer)'로서의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AI를 공기처럼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들이 가진 기술적 유연성에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다면, 창업은 위험한 도박이 아니라 가치 창출의 본질이 된다.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해주는 만큼, 청년들은 더 위험하고 더 창의적인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생태계 속에서 청년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시니어의 경험을 자본으로 흡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공존의 문법: 경험의 전수와 혁신의 결합
결국 미래의 노동 시장은 시니어의 '경험'과 청년의 '도전'이 결합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시니어들은 낮은 임금 구조 속에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며 자아실현을 이루고, 청년들은 그 경험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창업에 뛰어드는 구조다.정부와 사회는 시니어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년들에게는 과감한 창업 리스크를 분담해주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일자리는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게임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맞춰 그 성격을 바꾸며 계속해서 확장되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결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위협으로, 변화를 설계하는 자에게는 축복으로 다가올 뿐이다. 시니어의 노련함과 청년의 패기가 AI라는 강력한 엔진 위에서 만날 때, 우리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어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구태의연한 노동의 정의를 버리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향해 세대가 손을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