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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원 칼럼]현 재활용체계의 모순

이청원 · 2026.04.28

[이청원 칼럼]현 재활용체계의 모순

펌프캡과 OTHER는 재활용체계의 모순을 상징한다. 재활용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인 눈에 보이지 않는 금속 스프링이 들어간 펌프캡과 복합재질인 파우치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보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분담금 회계 관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더 크게 보인다. 즉,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제도가 이를 유인하지 못하면 결국 현장의 혼란은 소비자 몫이 된다.

대표적 사례가 펌프캡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겉보기에 단순히 “플라스틱 뚜껑”으로 인식해 함께 배출한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 공정에서는 금속 이물질이 파쇄기를 망가뜨리고, 재활용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결국, 펌프캡은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되어 소각·매립 처리된다.

이 펌프캡은 환경부(고시 제2022-44호)」의 취지 및 목적에 따른 수분리 대상이다. 그런데 생산자책임제도(EPR)는 이름뿐이고, 실제로는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케이알에서 이미 스프링이 없는 펌프캡을 개발 완료하였다. 그러나 국내 생산자는 이를 외면하며 소비자를 눈가림하고 있다. 그 속에서 소비자는 분명 “플라스틱”으로 버렸지만, 실제로는 재활용 불가(적색 등급)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OTHER’라는 표기도 혼란을 부른다. 이는 단일소재가 아니라 복합재질임을 뜻하지만, 소비자는 플라스틱이라는 것 이외에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 이렇게 적혀 있으면 “어느 통에 버려야 하지?”라는 혼란만 생긴다. 결국, 분리배출을 했다는 안도감은 남지만, 실제로는 재활용 공정에서 걸러져 버려진다. 즉, 소비자는 속고 있다.

SK지오센트릭, LG화학, R&F케미칼, 수정실업, 암코(Amcor)에서 단일소재 파우치의 기술은 개발 완료됐다. 그러나 생산자(공급자)는 단일소재 중심의 설계보다 외형적 고급화에 따른 관성을 우선한다. 이는 규제가 아닌 권고로써 재활용 어려운 제품에 부담금을 부과하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의 제품 가격에 전가된다. 기업은 기술 개선 대신 “돈을 내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한국의 재활용률은 결코 높아질 수 없다. 결국 소비자로부터 혁신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고 이행을 거부하는 기업이 차별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ERP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철스프링의 펌프캡과 복합소재 파우치를 문제를 외면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혼란과 부담은 지속될 것이며, 재활용률을 60% 전환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고, 폐기물적재는 늘어나고 매립지 및 소각에 의한 대기오염 문제는 가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