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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스테이트중국-보호막이 사라진 세계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 하다(6부)

임윤철 · 2026.04.29

테크노 스테이트중국-보호막이 사라진 세계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 하다(6부)

미중 경쟁과 분업 질서 붕괴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외부 보호막에 기대지 못하는 ‘전략 자립’의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한국 경제는 비교적 안정된 국제 질서 위에서 성장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체제와 자유무역 기반의 경제 질서가 동시에 작동했다. 한국은 이 구조 속에서 수출 중심 성장을 이어왔다. 기술은 해외에서 도입하고 생산과 수출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환경은 급격히 변했다. 미중 경쟁이 구조화되면서 경제와 안보가 분리되지 않는다. 특정 기술과 산업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핵심 분야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한국은 양쪽과 깊이 연결된 대표적 국가다. 어느 한쪽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과거와 같은 ‘균형 외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맹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한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유지한다. 두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중간지대는 좁아지고 있다. 선택의 비용은 커지고 회피의 여지는 줄어든다.

이 변화는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핵심 기술 일부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소재와 장비, 원천 기술에서 완전한 자립을 이루지 못했다. 공급망 역시 특정 국가에 집중된 부분이 존재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생존 전략의 핵심은 ‘자립과 연결’의 균형이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동시에 외부 의존에만 기대는 것도 위험하다. 선택적 자립과 전략적 연결이 병행돼야 한다. 핵심 기술은 독자 역량을 확보하고, 나머지 영역은 다변화된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기술 경쟁력 강화가 출발점이다. 단순한 추격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정 분야에서는 격차를 유지하거나 선도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 등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필요하다.

둘째, 공급망 전략의 재설계다. 단일 국가 의존 구조를 줄여야 한다. 생산 기지와 조달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동남아, 인도, 유럽 등 다양한 지역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셋째, 외교 전략의 정교화다. 과거처럼 모호한 태도로는 대응이 어렵다. 사안별로 다른 전략을 취하는 ‘선택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과 안보, 경제 이슈를 분리해 접근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국익 중심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국가 시스템의 전환이다. 기술, 산업, 금융, 교육 정책이 분리돼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혁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기 정책이 아니라 장기 전략의 문제다.

현실은 냉정하다. 더 이상 외부 질서가 한국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보호막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택을 피하는 전략’이 아니라 ‘선택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수동적 대응은 비용만 키운다. 능동적으로 판을 읽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여러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도전은 차원이 다르다. 산업, 기술, 안보가 동시에 얽힌 복합 위기다.

결국 생존은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보호막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국가는 준비된 국가뿐이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