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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AI 이후의 인간: 기술의 주인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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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격돌’로 기억된다. 우리는 그때 “AI는 인간을 이길 수 있는가”를 물었고, 그 답은 예상보다 빠르게 도출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데미스 하사비스와 이세돌의 재회는 질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방향이다.
AI는 이미 인간을 넘어선 영역을 만들어냈다. 바둑을 넘어 의료, 금융, 창작, 연구까지 AI는 인간의 판단 구조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곧 사회의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은 가능성을 열 뿐,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여전히 AI를 ‘경쟁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확장된 도구’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10년을 결정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그 기술 위에 어떤 욕망과 목적을 얹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AI로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특히 오늘날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의사결정과 창작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이 모든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세 가지 기준 위에 서야 한다.
첫째, 책임성.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인간이 진다.
둘째, 투명성. 신뢰를 만드는 수준의 설명 가능성은 필수다.
셋째, 가치 창출성. 기술은 반드시 새로운 효익을 만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기술을 억누르는 규범이 아니라, 기술을 시장과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딥마인드가 알파고 이후 과학과 의료 영역으로 확장한 것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인간의 욕구와 욕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더 건강하게 살고 싶고, 더 오래 살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고, 더 편리하게 살고 싶다. 사랑받고 싶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문제는 이 욕망들이 지금까지는 ‘제약 속에서’ 실현되어 왔다는 점이다. 시간의 제약, 정보의 제약, 능력의 제약이 인간의 선택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AI는 이 제약을 무너뜨리고 있다. 개인은 AI를 통해 더 빠르게 배우고, 더 정교하게 판단하며, 더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 AI를 통해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발견하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맞춤형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결국 AI 시대의 본질은 기술 경쟁이 아니다. 욕망의 재설계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나답게’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AI는 인간의 욕망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게 만든다.
10년 전, 바둑판 위에서 인간은 패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패배는 인간의 역할을 끝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AI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 답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여전히 인간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