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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가치 창출의 문법이 바뀐다

임윤철 발행인 · 2026.05.20

[임윤철 칼럼]가치 창출의 문법이 바뀐다

산업화 시대 이후 지난 백여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경제 방정식은 명확했습니다. ‘자본가’가 생산 수단을 제공하고,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과 기술을 투입하여 부를 창출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인간의 지능적·물리적 노동을 무서운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이 고전적인 문법은 통째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을 잘하는 기계’와 공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가치 창출 문법의 대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 에릭 브린욜프슨의 통찰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지금을 ‘제2의 기계 시대’라 명명했습니다. 과거의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지금의 기계는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기서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기계와 경쟁하지 말고,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Race with the machine)을 배워라.” 과거에는 정해진 매뉴얼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느냐(MOP, Measure of Performance)가 핵심 역량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수행’의 영역을 가져간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숙련도가 아닙니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그 엔진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조종하는 ‘내비게이터’로서의 역량입니다. 기계가 답을 내놓는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결과값이 실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MOE, Measure of Effectiveness)를 판단하는 인간의 안목이 곧 가치가 됩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 세스 고딘의 ‘린치핀’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Seth Godin)은 시스템 속에서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축인 ‘린치핀(Linchpin)’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그에 따르면,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반복적 정신 근로자는 AI에 의해 가장 먼저 대체될 ‘톱니바퀴’에 불과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자본가가 AI와 로봇을 활용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듯, 개인 역시 자신의 지능을 AI로 레버리지하여 ‘1인 기업가’적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세스 고딘이 강조하는 ‘예술(Art)’—즉,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행위—이야말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기술을 도구로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설계하는 사람만이 이 변화된 문법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는 어떤 역량에 집중해야 할까요?

첫째,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정의’의 역량입니다.

AI는 질문을 주면 답을 찾지만, ‘무엇이 문제인가’를 묻지는 않습니다. 사회의 가려운 곳, 기술이 닿지 않은 결핍을 찾아내어 질문(Prompt)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최고의 경쟁력입니다. 질문이 구체적이고 본질적일수록 AI가 내놓는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둘째, 기술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가치 설계력’입니다.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수준을 넘어, 여러 AI 도구를 조합해 자신만의 업무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가가 공장을 돌리듯, 청년들은 자신만의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소유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생산 수단 점유’입니다.

셋째, 인간 중심의 ‘공감과 책임’입니다.

AI는 효율적이지만 따뜻하지 않으며, 결정에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은 인간적인 온기와 신뢰에 목마르게 됩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기술적 결과물에 윤리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는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귀한 자본입니다.

맺음말 : 수행자에서 설계자로

이제 ‘성실한 노동자’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자본과 노동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기술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들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 설계자’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준비해야 합니다. AI를 나의 일자리를 뺏는 경쟁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나의 지능을 무한히 확장해 줄 파트너로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단순 수행자(Doer)가 아닌 가치 기획자(Architect)로 재정의하십시오.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과 ‘창의적 연결’에 집중할 때, 기술 변화의 파도는 위협이 아닌 거대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