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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나는 이미 '아자황'이 되었다

임윤철 발행인 · 2026.08.03

[임윤철 칼럼] 나는 이미 '아자황'이 되었다

2016년 3월, 온 세계의 시선이 서울의 한 호텔로 쏠렸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역사적인 대국. 알파고가 거침없이 수(手)를 두어 올 때, 정작 이세돌 9단의 맞은편에 앉아 밤낮없이 담담하게 바둑돌을 옮기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알파고의 개발사인 딥마인드(DeepMind)의 대만계 연구원, 아자 황(Aja Huang, 황사제) 박사다.

당시의 AI는 스스로 바둑판 위에 돌을 올릴 수 있는 '몸'이 없었다. 실물 세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었기에, 알파고의 모니터에 떠오른 좌표를 보고 대신 바둑판에 돌을 놓아줄 인간의 손이 필요했다. 그 손의 역할을 수행한 이가 바로 아자 황이었다. 이세돌 9단이 사력을 다해 인류 역사상 값진 '힘겨운 1승'을 거두었을 때도, 그 수묵화 같은 승부의 현장에서 AI의 의지를 현실로 옮겨주던 인물로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6년, 나는 감히 올해가 역사서에 '싱귤래러티(Singularity, 기술적 특이점)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 확신한다. 거창한 학술적 선언 때문이 아니다. 필자 자신이 직접 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AI 코드를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AI 에이전트(Agent)'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술의 오묘함에 매료되어 참으로 오랜만에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작업에 몰두했다. 아이처럼 신이 나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도 쏟아냈다.

하지만 에이전트를 더 고도화하고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업에 깊이 들어가는 순간, 번뜩이는 깨달음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아, 내가 지금 '아자 황'이 되어 있구나." AI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작업창에 넣을 최적의 메타프롬프트를 AI에게 짜 달라고 요청하고, AI가 뱉어낸 그 문장을 복사해 다른 작업창으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다. 결과를 가져온 AI의 결과물이 이해되지 않으면 "더 쉽게 설명해봐라"라며 다시 묻고, AI가 새로 교정해 준 프롬프트를 또다시 '복붙'하여 실행에 옮긴다. AI가 머리로 온갖 복잡한 계산과 코드 작성을 수행하는 동안, 정작 필자는 그 거대한 지능의 지시를 받아 현실의 창과 창 사이를 부지런히 넘나들며 돌을 옮기는 '아자 황'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싱귤래러티 세상의 시작을 알렸던 첫 인물이 10년 전 바둑판 앞의 아자 황이었다면, 2026년 오늘날은 보통의 개인들조차 AI의 지능을 현실로 옮겨 실현하는 '아자 황'이 되어 살아가는 시대다. 지능의 주체와 실행의 손길이 완전히 교차하는 지점.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미 아자 황이 되어 일하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싱귤래러티 시대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