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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기후위기와 知覺革命의 시대(2) 핑계 대며 규제 완화,하지만 폭염은 계속된다

곽재원 · 2026.08.27

[곽재원 컬럼] 기후위기와 知覺革命의 시대(2) 핑계 대며 규제 완화,하지만 폭염은 계속된다

올여름 유럽 폭염으로 원전 2곳이 물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다. 같은 시점 EU는 ESG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물리적 위기는 심화되는데 제도적 대응은 역주행하는 비대칭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월 EU 이사회는 '옴니버스 I'을 채택했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실사 지침(CSDDD)을 동시에 손본 것이다. 적용 대상을 직원 5,000명 이상의 대규모 기업으로 축소했고, 기후전환계획의 이행 의무까지 삭제했다. 불과 2~3년 전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ESG 규제를 내세웠던 EU가, 기업의 실무 부담을 이유로 스스로 제도의 이빨을 뽑은 셈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방 차원의 기후 공시 규정 방어를 포기하면서, 규제 기반 ESG 정책 자체가 사실상 폐기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규제 완화만으로는 아니다. 법이 강제하지 않아도 시장과 현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보험산업은 폭염과 이상기후를 반영해 재해보험료를 재산정 중이다. 규제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진행 중인 흐름이다. 대형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규제 완화와 별개로 자체 투자 심사에 기후 리스크를 계속 반영한다. 공급망 상류의 글로벌 바이어도 협력사의 기후 리스크 관리 수준을 여전히 묻는다. 법적 의무와 시장의 실질적 기대 사이에 새로운 간극이 생긴 것이다.

기업은 이 간극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규제 후퇴를 '숨 돌릴 틈'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ESG 투자와 공시 준비 속도를 늦추고, 인증 비용과 조직을 축소한다. 단기 재무제표는 개선된다. 하지만 이는 규제와 리스크를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오류다. 규제는 정치적 합의라 뒤로 갈 수 있지만, 폭염·가뭄·원전 가동중단은 물리적 현실이라 정치와 무관하게 앞으로만 나아간다. 규제가 후퇴해도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리고, 해외 바이어는 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두 번째는 규제 요구사항을 넘어 리스크 자체를 사업 전략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생산기지와 공급망이 폭염·가뭄·해수면 상승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진단하고, 이를 보험·조달·투자 결정에 실제로 반영한다. 규제가 사후적으로 지난해 실적을 보고하는 행위라면, 리스크 내재화는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해 지금 자본을 배분하는 행위다. 규제가 사라져도 존속과 직결된다.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ESG 공시 의무화는 2025년에서 2028년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력 수출 기업 상당수는 EU 바이어와 거래하거나 공급망에 편입돼 있다. 국내 규제가 늦춰진다고 해서 EU 금융기관과 거래 상대방의 요구까지 함께 유예되지는 않는다. 제도 지체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율적 대응 부담만 키우는 역설이 된다.

규제가 뒤로 물러난 자리에서 물리적 현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규제 준수형과 리스크 내재화형 ESG는 지금은 비슷해 보여도, 다음 폭염과 가뭄이 닥칠 때 완전히 다른 회복탄력성을 보일 것이다. 지각혁명은 정부에서 기업 이사회로 옮겨가야 할 차례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2640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