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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기후위기와 지각혁명(知覺革命)의 시대(1) 이젠 폭염이 이상기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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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올여름 북반구는 40도를 넘는 폭염을 당연하듯 맞이했다. 한국도 관측 사상 처음으로 7월에 40도대 일최고기온을 기록했고, 유럽에서는 1만 명 이상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 폭염은 '이상기후'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배경값'이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전 세계가 '구조적으로 더위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의 전선이 사실의 영역에서 책임의 영역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이것이 기후위기 앞에서 인류가 통과한 첫 번째 지각의 문턱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기상행정은 이미 다단계 경보 체계를 새로 짰지만, 예산·법·행정 체계는 여전히 폭염을 '예외적 사건'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인식은 상시화됐는데 제도는 여전히 예외 대응의 문법에 머물러 있다. 이 시차(時差)가 진짜 위험이다.
국가 시스템은 다섯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첫째, 폭염 대응 예산을 재해대책 예비비 같은 재량 지출에서 의무 지출로 전환해야 한다. 상수형 리스크를 매번 사후적 예비비로 감당하는 것은 소방 예산을 추경에서만 확보하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둘째,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책을 통합 설계해야 한다. 유럽에서 미세먼지 정책이 폭염을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 것도 각 부처가 자기 영역의 최적만 추구했기 때문이다. 셋째, 법적 기준선을 재정의해야 한다. 노동법의 작업중단 기준, 건축법의 냉방 기준, 도시계획법의 열섬 완화 기준이 모두 '평년 기온'을 전제로 설계됐는데, 이미 그 평년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넷째, 중앙정부의 신호를 지자체가 똑같이 이행할 수 있게 표준화해야 한다. 현재는 같은 경보 아래에서도 지역 재정에 따라 대응 수준이 크게 갈린다. 다섯째, 원전 같은 에너지 인프라의 물리적 설계 기준도 상수형 폭염을 전제로 다시 그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폭염 대응을 '재난 시기의 임시 조치'가 아니라 '평시에 상시 운영되는 제도'로 제도화했다. 한국은 아직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이 격차는 기술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성숙도의 차이다.
재난 대응 국가에서 상시 리스크 관리 국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과제다. 이 재설계를 지금 미룰수록 그 비용은 복리로 불어난다. 온도계가 상수를 가리켰을 때가 제도도 함께 재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2621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