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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임윤철 발행인 · 2026.08.24

[임윤철 칼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에너지,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산업 질서가 두 강대국을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 그 틈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고래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새우가 다치지 않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새우도 고래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자신만의 힘을 만들 것인가.

미국이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미국에 세우도록 하고,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 역시 미국 현지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조차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외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국과 미국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장 규모도, 자본도, 자원도 우리가 더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경쟁에 편승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결국 답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계속 가지고 있는 것”에 있을 것이다.

반도체처럼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고, 소재와 부품, 장비처럼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하고, 의료와 로봇이 만나며, 에너지와 데이터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과거의 산업분류만 바라봐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고래가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고래들이 서로 싸우는 순간에도 반드시 찾게 되는 작은 섬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일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를 먼저 만들어내는 안목에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말을 이제는 바꿔보자. 고래가 싸울수록 더 필요한 새우가 되자. 그것이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