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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칼럼] 피지컬 AI 대전, '울돌목'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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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완전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했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이제 로봇은 더 이상 실험실의 개념 단계가 아니다. 생산과 고객 배치를 목전에 둔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2028년부터 조지아주 공장에 투입될 이 로봇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제조업 자동화의 미래를 가늠하는 신호탄이다.
올 한 해 세계 주요 국제 행사들은 피지컬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CES에서 시작된 물결이 MWC, 하노버, 상하이, 베이징을 거치면서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1100여 개 참가기업 중 200개 기업이 피지컬 AI 분야에 몰려있을 정도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로봇들이 이제 춤과 격투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생산, 의약품 피킹, 봉제, 물류까지 실제 일을 하고 있다. 경쟁의 중심축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에서 '얼마나 경제적으로 일하는가'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망은 어떨까. 미국이 AI의 두뇌를, 중국이 대규모 제조와 부품 생태계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한국이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은 무모하다. 하지만 절망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이 가진 자산은 엄청나다.
우리는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업과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축적된 제조 도메인 노하우와 현장 데이터의 보고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울돌목이다.
로봇 산업의 미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데이터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립, 검사, 물류 작업에서 생성되는 고품질 데이터야말로 로봇을 똑똑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우리의 첫 번째 전략은 범용 휴머노이드 경쟁을 따라가는 대신, 자동차·반도체·배터리 제조 같은 우리가 이미 세계 최고인 분야에 AI 로봇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가공, 조립, 검사, 물류에서 실제 ROI가 나오는 작업부터 공략해야 한다.
두 번째는 관점의 전환이다. 로봇 산업을 '로봇으로 제조업을 혁신하는 산업'으로 봐야 한다. 제조기업, 로봇기업, AI기업이 공동으로 현장의 실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성공의 기준은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인건비·산업재해 감소 그리고 투자회수 기간의 단축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개방성이다. 미국의 AI 플랫폼, 중국의 경쟁력 있는 부품, 일본과 유럽의 정밀기술을 과감하게 활용해야 한다. 대신 우리는 제조 도메인에서의 시스템 통합, 데이터, 생산성 향상 능력을 장악한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넓은 바다가 아닌 좁은 울돌목으로 일본군을 이끌어 승리한 것처럼, 우리도 범용 휴머노이드의 광활한 경쟁장이 아닌 제조 특화 피지컬 AI라는 울돌목에서 세계 최고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의 제조현장을 세계 최고의 로봇 데이터 공장으로 만들고, 여기서 검증된 제조 특화 피지컬 AI를 세계에 수출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에 승리하는 전략이다. 화려한 경쟁의 중심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세계 최고인 바로 그 자리에서 로봇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출처 : 아주경제
링크 : https://www.ajunews.com/view/20260901063124838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