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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22화> 최초의 온라인 쇼핑객은 72세 할머니였다 — 시장이 집으로 들어온 날

임윤철 · 2026.08.04

<제22화> 최초의 온라인 쇼핑객은 72세 할머니였다 — 시장이 집으로 들어온 날

여러분이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산 물건을 기억하십니까? 인류가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산 물건들의 목록은 뜻밖에 소박합니다. 마가린, 콘플레이크, 달걀, 음악 CD 한 장, 그리고 인지과학 책 한 권. 첫 장면을 보러 1984년 영국의 소도시 게이츠헤드로 가 보겠습니다.

일흔두 살의 제인 스노볼 할머니는 엉덩이뼈를 다쳐 장을 보러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청의 복지 담당자가 이상한 실험을 제안합니다. 거실의 텔레비전으로 장을 봐 보시겠느냐고. 기술자가 할머니의 TV에 작은 장치를 연결하자, 화면에 동네 슈퍼마켓의 상품 목록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는 리모컨을 눌러 마가린과 콘플레이크와 달걀을 골랐습니다. 주문은 전화선을 타고 슈퍼마켓으로 날아갔고, 얼마 뒤 배달원이 장바구니를 들고 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소파에 앉은 채 장보기를 끝냈습니다. 본인은 끝내 모르셨겠지만, 이것이 세계 최초의 온라인 쇼핑으로 기록된 순간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실존하는 기록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1984년 게이츠헤드 시가 발명가 마이클 앨드리치의 비디오텍스 기술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해 벌인 실험이었고, 스노볼 할머니가 그 첫 이용자였습니다. 10년 뒤에는 돈이 인터넷을 건넜습니다. 1994년 8월 11일, 미국의 스물한 살 청년이 만든 사이트 넷마켓에서 스팅의 CD 한 장이 암호화된 카드 결제로 팔렸고, 뉴욕타임스는 이튿날 "쇼핑객 여러분, 인터넷이 개장했습니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듬해 시애틀의 차고에서는 제프 베이조스가 문짝에 다리를 붙여 만든 책상 위에서 아마존의 첫 책을 팔았습니다. 인지과학자 호프스태터의 어려운 학술서였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사무실에서 종이 울리게 해 두었는데, 종소리가 너무 잦아져 며칠 만에 꺼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혁명의 첫 고객들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족이 아니라,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와 음반 하나가 궁금했던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이자 3부의 마무리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사람이 시장으로 가던 장면은, 시장이 사람을 따라오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3부에서 본 시장의 역사가 그 여정입니다. 아고라는 만남의 밀도를, 그랜드 바자는 지붕 아래의 지속을, 한자동맹은 도시를 잇는 연결을, 백화점은 정찰과 반품의 신뢰를, 셀프서비스는 고르는 권한을, 카탈로그는 시장의 배달을 발명했고, 이커머스는 마침내 시장에서 장소를 지워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거래 그 자체, 그리고 그것을 받치는 신뢰뿐입니다. 스노볼 할머니의 장바구니가 보여주듯, 새 시장은 언제나 시장에 오지 못하던 사람을 손님으로 만들며 자랍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스물두 번째 힌트는 이것, 무대를 크게 짓는 사람보다 손님이 있는 곳으로 무대를 옮기는 사람이 다음 시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다음 화부터는 4부, 속지 않기 위한 발명품들 '신뢰의 장치'가 시작됩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Bernard MARTI,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