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기술사업화 인사이트

[이홍 칼럼]한국에 유리해진 글로벌 환경

이홍 · 2026.04.03

[이홍 칼럼]한국에 유리해진 글로벌 환경

최근 한국경제는 참 어려웠다. 1992년 이후 큰 폭의 무역흑자를 보던 대중 무역이 2022년 적자로 전환되었고,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격화되며 2025년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다. 그나마,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수출이 늘면서 수출 총액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 위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환경이 한국에 급격히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새로운 먹거리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AI용 인프라 수요가 폭발해서다. 천문학적 연산을 위한 반도체,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데이터센터, 여기에 공급되어야 할 막대한 전기, 이를 감당할 송전 시스템, 데이터센터 유지에 필수인 보조 배터리 등 전방위적 인프라 수요가 갑자기 터졌다. 이것들을 갖추려면 고급 메모리 반도체, 원자력, 발전용 터빈, 송전선로, 데이터센터용 이차전지, 각종 운용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한국이 독보적으로 잘하는 분야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변되는 피지컬 AI의 등장도 한국에 큰 호재다. 로봇이 활용될 고도의 제조 시스템이 한국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그룹 이재용, 현대기아차 정의선 회장이 깐부 모임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자국 첨단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 유리하다. 이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이 산업의 선두 주자는 한국과 중국이다. 두 국가는 서로 다른 전략을 택했다. 한국은 고가형 삼원계에 주력했고, 중국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력했다. 한국이 고가형을 택한 이유는 저가형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있었다. 그런데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고가형을 외면했다.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는 데 싼 배터리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멍이 들었다. 이렇게 사업을 접나 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AI용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면서 보조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폭발했다.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LFP 배터리다. 정상이라면 중국 배터리가 이 시장을 장악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의 진입을 막았다. 이 빈자리를 오롯이 한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배터리 3사의 주가가 폭등한 이유다.

글로벌 수준의 지정학적 위기도 한국에 유리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한국의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다연장 로켓, 한국형 군함 수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지역 내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며 한국 방산 제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유증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나라들이 한국 무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갈등하고 있는 중동에서도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 중이다. 남태평양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들도 한국 무기에 관심이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무기는 미국이나 독일 무기의 대체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줄 서지 않으면 사기 어렵게 되었다.

조선도 신이 났다. 한국이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초강세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강세인 벌크선에서도 중국을 밀어내고 있다. 전에는 중국이 값싼 건조비를 무기로 한국을 따돌렸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유지비와 중고 가격까지 따져 보니 한국산이 훨씬 저렴함을 선주들이 알았다. 한국 배는 운항 중 고장으로 절대 서지 않는다. 연료도 많이 먹지 않는다. 잔고장이 적어 수리비도 적다. 그러니 중고 가격도 훨씬 높다. 총비용을 비교해 보니 한국 배가 더 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배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25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연비가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고효율 선박이 필요해졌다. 이런 배를 만드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기에 암모니아와 수소 추진선, 배터리 구동형 배 등 첨단 조선에서 한국이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에 유리한 환경은 더 있다. 러·우 전쟁이 마무리되면 러시아와 한국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기대된다.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유럽도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유럽은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기업을 퇴출하기로 했다. 정보통신(컴퓨팅, 클라우드), 인프라(전력 공급망, 물 공급 시스템, 국경 검문소 보안 스캐너), 미래 산업(자율주행차, 드론,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친환경 및 기타(태양광 패널, 배터리, 의료 기기, 항공, 우주)의 18개 핵심 산업에서도 중국을 퇴출하기로 했다. 유럽이 이들 기술에서 낙후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과제도 있다. 첨단 산업으로 옮겨 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포화기나 쇠퇴기 산업에 머물고 있어서다. 지역에 따라서는 쇠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다급해졌다. 중소기업이 첨단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끝내야 해서다. 쉽지 않지만, 이 길 이외 답이 없다.

출처 : 국제신문

링크 :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60206.2201800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