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인사이트
[임윤철 칼럼]‘김대리’가 사라진다, 준비되지 않은 개인의 위기
![[임윤철 칼럼]‘김대리’가 사라진다, 준비되지 않은 개인의 위기](https://cdn.coenworks.com/Files/399/News/202604/6859_20260405232153354.jpg)
중앙일보 3월 31일자 1면에 실린 “김대리가 사라진다”는 기사는 단순한 직장 내 직급 변화로 보기 어렵다. 대리급, 즉 조직의 중간층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이 현상은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변화에 대해 개인과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과거 기업은 사람을 ‘키우는 조직’이었다. 신입을 뽑아 시간을 들여 교육하고, 대리급에서 실무를 맡기며 경험을 축적하게 했다. 이 과정은 비효율적일 수 있었지만, 개인에게는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제공했다. 이른바 “버티면 올라간다”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 비용 압박과 경쟁 심화 속에서 기업은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 기사에서 오성호 대표가 지적했듯, “배우면서 성장하는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대리급은 경험을 쌓는 단계가 아니라, 성과를 요구받는 자리로 바뀌었고,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이 변화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합리적이다. 불필요한 단계는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며,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조직을 평평하게 만들고, 핵심 인력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 경로가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기업이 더 이상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면, 개인은 어디에서 성장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 질문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대신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요구해왔다. 더 많은 스펙, 더 높은 경쟁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그 노력이 작동할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중간층의 붕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다. 그것은 ‘성장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사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더 빨리 올라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감정적 위로나 단순한 정책 지원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접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첫째, 기업은 인력 운영 전략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단기 성과 중심의 채용과 구조조정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중간층을 단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조직의 학습과 축적 기능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기반 인력 운영, 내부 교육 시스템 강화 등 새로운 방식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 정책 역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 형성과 시장 연결을 지원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단기적 고용 유지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직무 전환, 창업, 프리랜서 활동 등 다양한 경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개인의 전략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 더 이상 회사 안에서의 경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개인은 스스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 회사에 종속된 경험이 아니라, 어디서든 적용 가능한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직접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요구된다. 개인은 노동자에서 ‘가치 생산자’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거창한 창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시장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리”의 사라짐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 변화를 위기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것인지에 있다. 과거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면, 이 변화는 불안과 탈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구조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한다면, 새로운 경로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김대리’의 사라짐은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