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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신구(新舊)의 전쟁터가 된 의사당, 그들이 법을 만드는 진짜 기준

임윤철 발행인 · 2026.06.29

[임윤철 칼럼] 신구(新舊)의 전쟁터가 된 의사당, 그들이 법을 만드는 진짜 기준

오늘도 아침 신문을 펼치면 어김없이 전쟁 속보가 가득하다. 포성과 총성이 없을 뿐, 누군가의 생존권과 또 다른 누군가의 편리함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치열한 삶의 전장(戰場)이다. 중앙일보 22일자 10면에 실린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 약 20개로 확대’라는 기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과 구의 전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면이다.

늦은 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날 때, 혹은 지독한 두통이 밀려올 때 집 앞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엄청난 편의성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처럼 느껴진다. 상비약을 제조하는 제약사들 역시 시장이 넓어지고 매출이 늘어날 테니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그러나 동네 골목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약국 사업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의약품의 무분별한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골목 상권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실 앞에서 그들은 격렬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편의성과 약사들의 생존권 및 건강권, 어느 하나 쉽게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가치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전쟁은 비단 의약품 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의료계와 IT 업계의 갈등, 타다 사태로 대변되었던 모빌리티 혁신과 택시 업계의 충돌, 법률 플랫폼을 둘러싼 전문직 단체와 스타트업의 대립 등,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뀔 때마다 신·구 세력 간의 전쟁은 매일같이 반복된다.

결국 이 전쟁의 종착지는 언제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다. 갈등을 빚는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국회의원들에게로 달려간다. 법을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만 이 지루한 싸움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민원과 압박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법을 만드는 것일까.

이상적인 기준은 명확하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미래 가치’와 기존 생태계를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 것이다. 국민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면서도,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낙오하는 이들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입법의 정석이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의 정치는 종종 다른 궤적을 그린다.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기준은 ‘표(票)’와 ‘목소리의 크기’다. 잘 조직되고 집중된 집단의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는,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느슨하고 파편화된 편의성보다 훨씬 더 크게 의원들의 귀를 때린다. 다음 선거에서의 생존이 지상 과제인 정치인들에게, 당장 눈앞의 표를 쥐고 있는 이익단체의 압박을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입법은 본질을 잃고 표 계산에 따른 타협과 유예로 점철되곤 한다. 신구(新舊)의 갈등이 터질 때마다 법의 잣대로만 해결하려 하니, 대한민국은 거대한 ‘소송 사회’이자 ‘입법 만능주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보며 많은 이들이 한탄한다. "결국 또 국회로 가야 하는가?", "모든 갈등의 끝은 정치적 봉쇄뿐인가?"라는 무력감이 사회를 지배한다. 심지어 치열하게 혁신을 고민하던 기업가나, 억울함을 호소하던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내가 국회의원이 되어 직접 법을 바꾸고 싶다"는 섞인 넋두리가 나오기도 한다. 오죽 답답하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겠는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국회가 단순히 이익집단 간의 힘겨루기 승패를 판정해 주는 ‘싸움판의 심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입법의 기준은 현재의 표 계산이 아니라,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생태계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의 가치’에 두어야 한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라는 작은 뉴스 속에는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의 거대한 숙제가 숨어 있다. 新과 舊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표가 아닌 ‘국민의 삶과 미래’를 기준으로 삼는 진정한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일 아침 갈등의 전장으로 달려가는 피로한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