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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유럽의 극우화와 한국에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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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우경화 바람은 단기적인 정치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글로벌화의 그늘과 누적된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였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터지며 유로존은 2022년 한때 10.6%라는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삶이 급격히 무너졌고,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동유럽이나 아시아로 빠져나가면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중소 도시들이 빠르게 쇠락했다. 이들 나라의 서민들은 자신들을 글로벌화의 패자로 인식하며 포퓰리즘 정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편입되었다.
사회·문화적 요인도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EU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 및 난민은 매년 수십만 건을 상회하였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경쟁을 넘어 범죄율 상승, 복지 재정 부담, 그리고 유럽 전통의 문화적 정체성 변화에 대한 대중적 우려를 자극했다. 여기에 농민들을 압박하는 과도한 기후변화 규제에 대한 반발이 결합되며 극우 정당에 강력한 명분을 부여했다. 폴란드나 헝가리에서는 과거 수백 년간의 외세(합스부르크, 오스만, 러시아, 소련) 지배의 트라우마가 우경화를 자극하였다. 이 나라들은 EU차원의 간섭을 일종의 외세지배로 받아들였고 이 정서를 극우 정당들이 활용했다.
정치·지정학적 요인도 가세하였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로 대변되던 기존 주류 정당들은 유럽의 복합 위기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중은 이들 정당을 수십 년간 교대로 집권하면서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무능한 기득권 집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러-우 전쟁의 장기화는 안보 불안감과 더불어 "왜 자국민보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먼저냐"라는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일부 우파 정당들이 이것을 이용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과거의 네오나치처럼 특정 문양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던 과격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철저히 합법적인 제도권 내 정치를 추구한다. 거친 인종주의적 언사를 버리고 자국민의 복지와 민주주의, 여성 및 성소수자의 권리를 이슬람 극단주의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가능한 온건하게 보이도록 포장하였다. 또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통 언론을 우회하여 청년층의 감각적인 공감대를 자극하는 것도 특징이다.
유럽의 우경화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그리고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FdI)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국경 통제, 반이민 정책, EU의 과도한 주권 침해에 반대하는 국가 주권주의를 주장하며, 자국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경제적 보호주의를 내세운다.
차이점도 있다.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친NATO, 친우크라이나 노선을 명확히 하며 EU 주류 시스템과 타협하는 민족주의적 우파 행보를 보인다. 반면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NATO 중심 체제에 회의적이며 친러시아적 성향을 드러낸다.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EU 탈퇴(프렉시트) 대신 EU 내부 체제를 장악하여 EU 안에서 개혁하겠다는 논리로 대중의 지지를 모았다.
이들 우파 정당들은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크게 약진했다. 총 720석 가운데 극우·강경우파 계열이 약 187석(26%)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 의석을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이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고,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2025년 2월 조기 총선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며 원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이끄는 우파 연합이 의회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유럽에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헝가리의 피데스(Fidesz)는 4연속 집권당으로 국가 중심 통치 체제를 강화하며 강력한 반이민정책과 친러 성향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스웨덴 민주당(SD)은 이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거대 정당 중 하나다. 이민자 유입 규제정책을 주장하고 있고, 복지 혜택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네덜란드에서는 2023년 극우 자유당(PVV)이 제1당이 되었다. 유럽의 극우화는 단순히 선동가들의 일시적 승리가 아닌, 기존 민주주의 시스템이 대중의 평범한 삶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유럽의 우경화는 세 가지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첫째, EU의 균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극우정당들은 EU 내부에서의 다수결 투표제를 저지하고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공동 외교와 공동 안보 정책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난민 분산 수용 등 초국가적 의제들의 마비를 의미한다. 둘째, EU 내부는 물론이고 글로벌 수준에서도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공급망 실사법 같은 환경·인권 규제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장벽으로 활용하는 한편,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추진할 수도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도 자국가 중심의 각자도생 방식을 추구하면서 무역환경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셋째, NATO 동맹의 결속이 과거보다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친러 성향을 보이고 있고, 헝가리는 반우크라이나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반미 정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우경화가 한국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유럽 각국이 각자도생형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경우, 한-EU FTA를 통해 안정적인 무역 환경을 누리던 한국 기업들은 국가별 규제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직면하게 된다. 극우 정당들이 추진하는 중국 의존도 축소 즉 '위험경감(De-risking)' 전략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게도 적용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유럽의 극우화는 유럽이 지극히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첨단 기술력이 사라지거나 없다. 한국은 다행히 유럽이 가지지 못한 첨단 기술이 많다.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이 아닌 맞춤형 최고의 기술 파트너가 되는 상생적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 뉴스프리존
링크 : https://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