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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잠실역 복권방의 긴 줄이 걱정된다

임윤철 발행인 · 2026.07.03

[임윤철 칼럼] 잠실역 복권방의 긴 줄이 걱정된다

토요일 오후, 잠실역 인근의 유명 복권방 앞에는 어김없이 수십 미터의 긴 줄이 늘어선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혹은 후텁지근한 더위를 견디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의 뒷모습에는 저마다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어디 복권뿐이랴.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쓰는 주식 열풍 속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본다.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정확히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 재무 상태는 어떤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너도나도 하니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라는 조바심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서두름을 탓할 수만은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는 성실함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깊어졌기 때문이다.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고 계층 간 이동의 문이 좁아지면서, 평범한 노동으로 미래를 꿈꾸기 힘들어진 이들이 복권과 묻지마 투자라는 다소 위태로운 기회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때 비로소 삶의 활력을 얻는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어느 계층에게도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작은 희망의 불씨다.

하지만 요행이나 불안한 투자가 사회의 중심 사다리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잠시 숨을 돌리게 해주는 신기루일 뿐,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건강한 동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허황된 대박의 꿈 대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땀 흘려 노력하면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고 올라갈 수 있는 단단하고 정교한 '노력의 사다리'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이 사다리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기회의 공정함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고리를 끊어내고, 환경이 어려워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디지털 역량을 배울 수 있는 발판을 국가와 공동체가 마련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낙오를 의미하지 않도록,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이 깃든 취업의 기회도 촘촘히 엮어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역동적인 새로운 사다리는 바로 '스타트업 육성'이다.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기술만 있다면 자본의 한계를 뛰어넘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발판이 바로 창업이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의 청년들과 도전하는 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맞춤형 인큐베이팅과 초기 자금 지원, 그리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의 환경을 정교하게 다듬어주어야 한다. 스타트업을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성장 사다리'로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가장 실질적인 해법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도 "노력하면 스타트업을 통해서도, 정당한 노동을 통해서도 올라갈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사회가 될 때 우리 공동체는 비로소 진정한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잠실역의 긴 줄이 요행을 바라는 조바심이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내일의 성장을 확신하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정교하게 짜인 "스타트업의 노력 사다리" 위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꿈을 향해 건강하게 땀 흘리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따뜻하고 역동적인 공동체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