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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흥정에는 집요하고 손실에는 무덤덤할까

유효상 · 2026.07.02

[유효상 칼럼] 왜 흥정에는 집요하고 손실에는 무덤덤할까

현대인들은 배달비 몇 천 원을 아끼고 중고 거래에서 흥정할 때는 지독할 정도로 ‘가성비’와 ‘치밀함’을 발휘한다. 그러나 주식 계좌를 열어 보유 종목이 30% 넘게 폭락한 것을 볼 때는 신기할 정도로 태연하고 무덤덤하다. 수백만 원의 평가손실 앞에서는 왜 이토록 관대해지는 걸까?

1. 고통을 미루기 위한 ‘수동적 회피’

인간은 본질적으로 손실을 싫어하지만, 주가 폭락 앞에서 계좌를 방치하는 것은 손실 확정의 고통을 피하려는 뇌의 방어기제다.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진짜 잃은 게 아니다’라며 고통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위험을 마주하면 모래 속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앱을 지우고 외면하거나, 본전이 올 때까지 버티는 도박사의 심리로 돌변한다. 천 원을 깎을 때 발휘하던 통제력이 정작 큰돈 앞에서는 무력화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2. 머릿속 다른 방, ‘심리 계좌(Mental Accounting)’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이를 ‘심리 계좌’ 이론으로 설명한다. 돈의 가치는 모두 동일하다는 전통 경제학과 달리, 인간은 머릿속에 가상의 계좌를 만들고 돈의 출처에 따라 다른 규칙을 적용한다. 중고 거래 등에 쓰이는 돈은 신성한 근로의 대가로 인식된다. 따라서 돈을 쓸 때 상실감을 느끼며, 단돈 천 원이라도 깎았을 때 ‘합리적 소비자’라는 뿌듯함을 얻기 위해 집요해진다. 그러나 주식으로 번 돈은 피땀 흘려 번 돈이 아닌 ‘공돈’으로 분류하는 독특한 심리가 작용한다.

3. 공돈 효과와 본전 찾기의 함정

세일러 교수가 밝혀낸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에 따르면, 도박판에서 딴 돈을 공돈이라 여겨 더 과감하게 베팅하듯 투자자들도 주식 평가차익을 보면 쉽게 소비하거나 레버리지 상품 같은 고위험 자산으로 과감하게 옮겨간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빚을 내서 초고위험 상품에 베팅하는 ‘빚투’ 현상이 급증한 것도 이 효과의 극단적인 예시다.

반대로 손실이 났을 때는 ‘본전 찾기 효과’가 발동하여, 손실을 만회하고자 더 무리한 위험을 감수한다. 여기에 오른 종목은 서둘러 팔고 떨어진 종목은 무작정 붙드는 ‘처분 효과’가 맞물리면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자산 배분 비율이 무너진 채 의도치 않은 초고위험 상태로 흘러가게 된다. 최근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고가 잇따름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멈추지 않는 이유도 이미 얻은 차익을 공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4. 결론

중고 거래 채팅창에서 몇 천 원을 아끼려는 집요함은 인색함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가장 건강한 ‘손실 감수성’이자 절제의 습관이다. 진짜 문제는 이 깐깐함이 오직 생활비 계좌에만 갇혀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시장의 위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도 버튼 앞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생활비 계좌에서 발휘했던 그 집요함과 통제력을 투자 계좌에서도 똑같이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 머니투데이

링크 : https://www.mt.co.kr/opinion/2026/06/30/2026062611180177917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