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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부품으로 살 것인가, 브랜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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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거대한 공식 안에서 살아왔다.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이라는 틀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기업이나 기관 같은 거대 조직이 목표를 설정하면, 그 안의 개인들은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저마다 작고 세분화된 역할을 분담했다. 조직은 개인이 파편적으로 수행한 노동을 촘촘하게 엮어 거대한 가치로 전환시켰고, 그 대가로 개인에게 생계를 보장했다. 오랫동안 이 구조는 자본주의의 가장 효율적인 '표준'이자 '정답'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시대의 축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가치를 창출하는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물어뜨렸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가진 조직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이제는 개인이 인공지능(AI)과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혼자서도 손쉽게 해내는 시대가 되었다. 생산 수단이 민주화되면서, 조직에 종속되지 않고도 스스로 가치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독립적 개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변화를 이끈 것은 시장과 사회의 '다양성 수용'이다. 과거의 시장이 대량 생산된 표준화된 제품을 소비했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취향과 가치관을 충족시켜 줄 '나만의 무엇'을 찾는다. 개인이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색깔을 담아 만들어낸 독창적인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충성스러운 고객층이 형성된 것이다. 메이저 언론이 아니어도 독립 미디어가 생존하고, 대기업의 기성품 대신 개인 창작자의 작업물이 열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정상' '평균' '표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나의 생각이 있다면 상대의 생각과 끊임없이 협의하고 합의가 필요한 세상이다.” - 함성룡 이사장 칼럼 중
이러한 변화는 지난 24년 3월 전자신문에 게재된 함성룡 이사장의 제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이제는 '정상', '평균', '표준'이라는 단어로 타인을 규정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생각과 가치관의 다양성'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조직의 시대가 요구한 것이 '표준화된 정답'이었다면, 지금 펼쳐지는 개인의 시대는 '정답이 없는 다양성'을 자양분 삼아 움직인다.
과거에는 조직의 평균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각자가 주체적 욕망을 따르며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었다. 획일화된 기준이 사라진 세상에서 개인들은 더 자유롭게 사유하고, 시장은 그 다양성을 소비하며 풍요로워진다.
다만, 이 자유로운 다양성의 시대가 지속 가능하려면 함 이사장의 지적처럼 '책임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많은 독립된 개인들이 각자의 가치관을 분출할 때 필연적으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거대 조직이라는 통제 장치가 느슨해진 지금, 우리는 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타인의 독창성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나만 옳다'는 독단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조율해 나가는 책임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개인의 다양성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하고 건강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