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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유럽은 왜 몰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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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1%로 예측했고, 글로벌 GDP 비중은 1995년 24%에서 올해 17%로 축소될 것으로 본다. 과거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유럽이 지금 왜 이렇게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가. 그 이유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구조적 병폐들이 보인다.
첫 번째 충격은 에너지와 시장의 동시 상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로존의 산업용 에너지 비용은 미국의 3~5배로 폭등했다. 화학, 철강, 자동차 같은 에너지 집약적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동시에 과거의 유럽 시장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역으로 유럽 시장을 침략하고 있다. 이중고를 겪는 와중에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서도 뒤처졌다. 미국은 과감한 모험자본 투자로 기술 혁신을 주도했지만, 유럽의 보수적 금융 시스템은 실패 위험이 높은 첨단기술 개발에 투자를 꺼렸다. 그 결과 검색, 클라우드, 운영체제, AI 분야에서 모두 미국 기업에 지배당하는 상황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EU가 규제 확대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AI법, 공급망실사법 등 차례로 도입된 규제들은 첨단 스타트업의 숨통을 조였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도입된 AI법은 혁신을 억제하는 대신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강력한 실사 의무와 막대한 과징금으로 기업들을 위축시켰다. 규제로 시장을 보호하려다 경쟁력 자체를 잃은 것이다.
세 번째 구조적 문제는 '단일 시장의 허구'다. EU 인구는 4억5,100만 명으로 거대한 시장이지만, 국가별로 다른 언어, 세제, 노동법, 행정 절차가 난립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EU 기업들은 여전히 자국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통합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네 번째는 복지 제도의 과부하다. EU의 중위연령이 45세에 근접하면서 생산가능인구 대비 연금과 의료 수급자 비중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세금을 내는 사람보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구조가 국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제, 강력한 해고 보호, 고액 위로금 등은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만들었다. 피해자는 청년층이다. 인턴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중 노동시장 속에서 생존하는 청년들은 기술 변화에 맞춘 노동력 이동도 불가능하다. 결국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미국으로 이탈하고 있다.
유럽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보인다. 전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보고서는 해법을 제시했다. 연 7,500억~8,000억 유로 규모의 공동 투자와 획기적인 규제 완화, 그리고 EU 공동 채권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독일, 네덜란드 등의 반발과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이를 막고 있다. 지혜로운 개혁만이 유럽을 살릴 수 있는데, 그 지혜가 발휘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출처 : 인사이트코리아
링크 : https://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227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