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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데이터 수집'이다

임윤철 · 2026.07.22

[임윤철 칼럼]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데이터 수집'이다

모든 창업가는 대박의 꿈을 안고 전장에 뛰어든다. 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 없이는 그 척박한 창업의 길을 걸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게재된 한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자의 고군분투기는 우리에게 매우 냉정하고도 설득력 있는 질문을 던진다. 스타트업의 99%가 10년을 버티지 못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아름다운 마무리'인 문을 닫는 법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시작하는가 하는 점이다.

창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배움의 장이다. 연구실 안에서 논문과 실험으로 마주하던 세상과, 시장이라는 야생의 문법은 전혀 다르다. 연구개발(R&D) 과정에서 기술적 깊이를 배운다면, 사업화 과정에서는 자금 조달, 인사 관리, 계약과 협상, 그리고 규제 장벽을 넘는 법 등 전혀 다른 차원의 생존 기술을 체득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 자금 고갈로 마주하게 되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초기 자본과 장비 비용이 막대하고, 완벽한 유효성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단 1원의 매출도 올리기 힘든 바이오 분야에서 데스밸리의 깊이는 더욱 깊고 아찔하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창업가는 '문을 닫는 순간'에 필요한 노하우도 미리 듣고 생각해두어야 한다. 파산을 마주했을 때 직원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매듭지으며, 지식재산권(IP)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부재하다면, 실패는 단순한 종말을 넘어 인생의 거대한 시련이 된다.

이 모질고 가파른 과정 속에서 결국 창업가 본인에게 남는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경력(Career)'이다. 아이디어를 사업자등록증으로 바꾸어본 경험, 투자자들 앞에서 피를 말리며 IR을 진행하고 펀딩을 받아본 경험, 그리고 데스밸리의 한복판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문을 닫아본 경험. 이 모든 서사는 단순히 '망했다'는 한 문장으로 치부될 수 없는 고도의 경영 데이터다.

우리는 실패를 부끄러워하거나 인생의 오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 리포트를 쓰며 마침내 하나의 성공적인 논문을 완성하듯, 창업에서의 실패 역시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밀한 '데이터 수집' 과정일 뿐이다.

앞선 기고문의 조언처럼, 스타트업을 '대규모 R&D 펀딩을 받아 운영한 나만의 개인 연구소'로 바라본다면 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비록 회사의 문은 닫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축적된 실패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내 커리어에 각인되어 있다면 창업가는 언제든 재창업이나 시장 복귀를 통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진짜 실패는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무런 데이터도 남기지 못하고 경영과 연구의 미아가 되는 것이다. 준비된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한 가장 강력한 자양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