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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밸류체인의 세 번째 변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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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 분석은 기업 전략의 기본기다. 마이클 포터가 개념을 정리한 이래, 원자재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사슬을 그려 놓고 각 연결고리에서 누가 힘을 갖는지를 따진다. 통상 그 판가름의 기준은 두 가지다. 공급자의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 더 싸게 만들거나 남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면 그 고리에서 이긴다. 여기까지는 스프레드시트 위에서 정리되는, 교과서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분석이 번번이 빗나간다. 가격도 더 싸고 기술도 검증됐는데 도무지 납품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본다. 이유는 연결고리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구매자 측 의사결정자와 판매자 측 의사결정자 사이에 형성돼 있는 비정형적인 관계성을 말한다. 계약서에도, 조직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관계다.
이 관계성의 실체는 신뢰다. 오래 거래하며 쌓인 경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져 준 기억, '저 사람이 가져온 물건이면 검증은 끝났다'는 안심 같은 것들이다. 구매 담당자에게 새 공급자를 선택하는 일은 곧 위험을 떠안는 일이므로, 객관적인 가격과 기술이 필요조건이라면 이 관계는 충분조건이 된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알맹이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매의 양이 많은 조직일수록 이 경향은 뚜렷해진다. 구매 의사결정권자는 구매 부서 요소요소에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심어 두는 것이 다반사다. 공식 조직도의 구매팀장이 아니라, 그 뒤에서 실질적으로 판단을 좌우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도만 들여다보는 판매자는 진짜 의사결정 경로를 영영 찾지 못한다. 시장에 진입하려면 공식 조직도 뒤에 숨어 있는 이 비공식 의사결정 지도까지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밸류체인 분석은 이렇게 해야 한다. 사슬의 연결고리마다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첫째, 이 고리에서 가격으로 이길 수 있는가. 둘째, 기술로 이길 수 있는가. 그리고 셋째, 이 고리의 구매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는 누구를 신뢰하는가. 앞의 두 질문은 자료 조사로 답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질문은 발품과 시간으로만 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번째 답을 갖지 못한 판매자에게 시장 진입은 허락되지 않는다.
밸류체인은 기업과 기업이 맞물린 사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사슬의 마디마디를 붙잡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