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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한 칼럼] 명품 미술관의 힘… 문화가 지역 경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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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00엔권 지폐에 실린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부악 36경'. 이 세계적 명작의 1600여 점이 고스란히 보관된 곳이 인구 62만 명의 시마네현 한구너 소도시에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한 일본의 변방 도시들이 명품 미술관을 통해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관광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은 한국 지방 정책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시마네현립미술관은 단순한 갤러리가 아니다. 신지호(진지호) 호수를 마주한 이 건축물은 물과 땅이 만나는 자연의 경계를 공간으로 재현했다. 근대 건축의 거장 기쿠타케 기요노리가 설계한 이곳은 자연과 건축,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로비의 넓은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호수 풍경, 곡선형 천장의 부드러운 곡선, 티타늄으로 마감된 지붕이 자연스럽게 주변 경관에 스며든다. 미술관 내부에는 모네와 쿠르베 같은 유럽의 거장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호쿠사이다. 2017년 일본의 대표 호쿠사이 연구자 나가타 세이지가 평생 수집한 방대한 컬렉션을 기증하면서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호쿠사이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지역의 아다치미술관은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사업가 아다치 젠코가 1970년 설립한 이곳은 16만㎡의 광활한 정원을 품고 있으면서도 건물 높이를 낮춰 주변 산세를 가리지 않는다. '명원(名園)'과 '명화(名畵)'의 조화라는 설립자의 철학이 구현된 공간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 속에서 요코하마 다이칸, 다케우치 세이호, 우에무라 쇼엔 같은 근대 일본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도록 설계됐다. 정원과 그림이 하나의 예술 세계로 통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돗토리현의 우에다쇼지사진미술관은 멀리 보이는 일본 백명산 다이센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엄한 건축미로 독특하다. 노출 콘크리트의 네 개 벽체는 사진작가 우에다 쇼지의 대표작 '소녀 사태'에서 영감받아 설계됐다. 건축 자체가 예술 작품인 셈이다. 우에다 쇼지는 고향 돗토리의 자연을 무대 삼아 독창적인 사진 세계를 구축했으며, 미술관은 그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미술관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들이 미술관 같은 문화 시설에 과감히 투자하고, 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을 살려내고 있다. 2023년 돗토리현 요나고공항에 한국행 국제선 정기편이 개통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고, 현지 공무원들은 역사 유적지, 온천, 미술관을 연계해 관광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미술관 관장들이 한국인 방문객을 직접 찾아가 인사하고 시설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지역을 살리려는 진정한 노력이 느껴진다.
한국의 지방 정책은 여전히 대도시 중심의 경제 지표와 개발 논리에 치중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소도시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세계 수준의 문화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건축과 자연과 연계시킨 완결된 공간으로 창조하며,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 관광 지역으로 브랜딩하는 전략이다. 문화는 지역을 소멸 위기에서 구해내고,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며, 새로운 경제 기회를 만든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방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도 명품 문화 시설 조성과 지역 연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이코노미조선
링크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7/20/2026072000030.html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