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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국민연금은 '고래의 딜레마(The Whale's Dilemma)'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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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지난 7월 1일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재개했다. 시장은 수십조 원대 매도 폭탄을 각오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순매도는 2178억 원에 불과했다. 사실 우려했던 '고래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은 '고래의 딜레마'다. 몸집이 크면 가만히 있어도, 움직여도 파도가 생긴다. 팔면 대형주가 흔들리고, 안 팔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국민연금의 실책이 아니라 규모가 가진 숙명에 가깝다.
더욱이 코스피의 구조적 문제가 겹친다. 상위 4개 종목의 비중이 55~60%에 달하는 극도로 쏠린 시장 구조에서는 국민연금이 아무리 분산을 원해도 대형주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준공공기관으로서 여론과 정치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중 구속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처한 딜레마 전부를 불가항력으로 돌릴 수는 없다.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 스스로 만든 것이다. 연초 14.4%였던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월에 14.9%로, 5월에는 20.8%까지 올렸다. 코스피 상승에 편승해 판단을 바꾼 것이다.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7월 리밸런싱을 앞두고 매도 규칙을 완화했는데, 그 직후 코스피가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고점에서 차익을 놓치고 시장 급락 때 받쳐줄 실탄까지 소진한 최악의 타이밍을 자초했다.
목표비중을 사후에 상향하고 허용범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 외국인이 148조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9조 원에도 못 미치는 현금화에 그쳤다. 임기응변적 결정이 원칙을 지킬 타이밍을 스스로 미루고 신뢰를 무너뜨렸다.
국민연금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바꿀 수 없는 조건은 받아들이되, 스스로 무너뜨린 원칙만큼은 다시 세워야 한다. 변동성지수에 연동해 허용범위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동적 밴드' 도입이 필수다. 미리 언제, 어떤 조건에서 목표가 바뀌는지 공개하면 재량이 아닌 규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국내주식 의존도를 낮추는 장기 전략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이 20.8%로 급반등한 흐름은 장기 전략과 단기 대응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투자자들도 냉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매도는 단순한 자산배분 조정일 뿐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다. 단기 수급 변동에 흔들려 패닉셀에 나서기보다 스스로의 투자 원칙을 정립해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파도가 칠 때마다 항로를 바꿀 것이 아니라, 어떤 풍랑도 견뎌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고래가 스스로 판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유일한 길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링크 : https://www.mt.co.kr/opinion/2026/07/28/2026072311070724340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