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기술사업화 인사이트

[임윤철 칼럼]AI시대, 왜 교육의 전환점인가?

임윤철 · 2026.01.08

[임윤철 칼럼]AI시대, 왜 교육의 전환점인가?

작년 말, 인천경영포럼에서 초청 강연을 진행한 한태준 겐트대학교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짚었다. 그의 강연은 단순히 입시 제도나 성적 경쟁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지금의 교육 체계로는 더 이상 세계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연구자,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혁신가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다. 그는 획일화된 평가와 줄 세우기식 경쟁이 학생들의 사고 범위를 제한하고, 도전과 실패를 회피하는 문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산업사회에 머문 교육 시스템

한 총장의 문제의식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교육의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학교 구조는 산업혁명기의 논리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연령별 학년 구분, 동일한 커리큘럼, 표준화된 시험과 점수 중심 평가. 이 시스템은 인간을 각기 다른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보기보다는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다룬다. 사회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교육은 여전히 과거의 시간대에 머물러 있다.

■ 2010년, 이미 미래를 본 교육 사상가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2010년 10월 공개된 「Changing Education Paradigms」는 교육 사상가 켄 로빈슨 경의 강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AI 시대보다 10년 이상 앞서 그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교육은 인간을 조립하는 과정이 아니라, 재능이 자라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경작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로빈슨은 교육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서열을 비판했다. 수학과 과학이 중심이 되고, 인문학과 예술은 주변부로 밀려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재능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있다.

■ AI 시대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AI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교육에 대한 질문은 더욱 분명해진다. 반복적인 계산과 암기, 정형화된 판단은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잘 수행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져 왔다. 새로운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힘,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 수능 터널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

우리나라 교육은 여전히 수능을 정점으로 한 단일한 터널 구조에 갇혀 있다. 교육의 목적이 대학 입시로 수렴되면서 배움의 과정은 점점 단순화되고 획일화되었다. 학원에서는 정답을 외우고, 학교에서는 시험을 대비하며, 실패는 피해야 할 위험 요소로 취급된다. 이 구조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 호기심,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눌려 버린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분명하다. 창의력,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복합적인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다. 이러한 역량은 교실 밖 학원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암기식 지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수능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그 기준에 맞춰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과 재능을 억누를 뿐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만, 아무도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이 ‘수능 터널’에서 과감히 빠져나와야 한다. 점수로 사람을 판단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태준 총장의 강연과 켄 로빈슨의 통찰은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그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AI 시대의 교육은 더 많은 문제 풀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인간, 기술을 넘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미세한 조정이 아니라,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교육계 선배들은 무슨 생각만 그리 오래하는지? 언제까지 고민만 계속하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