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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기업승계의 실패가 만든 구조적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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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에는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포스트 야나이’ 체제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카리스마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뒤를 이을 경영 체제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조명한 기사였다. 핵심은 단순한 인사 뉴스가 아니었다. 창업자의 시대 이후를 대비해, 조직적으로 후계자를 검증하고 글로벌 경영 경험을 축적시키는 과정 자체가 이미 경영 전략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 조선일보는 작년 12월 기사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전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회사를 팔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의 창업주, 준비되지 않은 자녀,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과 제도. 그 결과 수십 년간 키워온 기업이 매각되거나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일본 대기업의 ‘승계 준비’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승계 포기’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 두 기사는 공통의 질문을 던진다. 기업의 승계는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가. 최근 언론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문제 인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후계자 부재다. 창업주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그 뒤를 이을 사람은 준비되지 않았다.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경영을 맡을 의지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승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과정임에도 우리는 이를 너무 늦게 고민해 왔다.
둘째, 상속·증여세 부담과 복잡한 제도다. 기업을 물려주는 일은 곧 세금 문제로 직결된다. 현금 흐름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에게 상속세는 사실상 치명적이다.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팔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셋째, 가족 중심 승계 모델의 한계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업 승계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모든 자녀가 경영자가 될 수는 없다. 이 인식의 고착은 승계의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넷째, 제3자 승계와 M&A에 대한 준비 부족이다. 후계자가 없을 경우 기업을 살리고 산업을 유지하는 대안으로 M&A가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경영인, 외부 인수자와의 연결, 금융·법률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다섯째, 교육의 부재다. 우리는 기업을 키우는 교육에는 익숙하지만, 기업을 ‘잇는’ 교육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경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훈련의 결과임에도, 승계를 여전히 혈연과 소유의 문제로만 다뤄온 결과다.
이제 결론을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승계는 인사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문제다. 먼저 가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창업자의 자녀와 가족 구성원들은 단순한 상속자가 아니라 기업의 역사와 책임을 함께 짊어질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성과만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 창업 과정의 맥락,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또 하나는 임직원 교육이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이끌 리더는 내부에서 나올 수 있다. 이들에게는 단순한 업무 능력 이상의 교육이 요구된다. 조직을 통합하는 리더십,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능력, 그리고 ‘왜 이 회사가 존재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승계형 리더는 관리자나 대리인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가 될 인물에게는 기업 철학에 대한 교육이 가장 강조돼야 한다. 이 회사는 왜 만들어졌는가, 창업자가 이 기업에 담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가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가. 이는 경영 전략 이전에 반드시 숙지해야 할 질문들이다. 대표는 숫자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의미를 사회에 설명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아울러 미래 비전에 대한 학습도 중요하다. 과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 대표는 기존 사업의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변화, 기술 흐름, 사회적 요구를 읽는 훈련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기업이 팔리는 사회에서, 기업을 잇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핵심이다. 승계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매각된다. 반대로 사람을 키우는 기업은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다. 이제 우리는 승계를 세금과 제도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과 철학의 문제로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또 다른 변곡점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