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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홈런보다 롱런!!! 기술사업화는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구조다.

임윤철 · 2026.03.20

[임윤철 칼럼] 홈런보다 롱런!!! 기술사업화는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구조다.

편의점에서 떠오른 질문

늦은 저녁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대 앞 진열대에서 무심코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익숙한 붉은색 봉지였다. 새우깡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오며 봉지를 뜯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과자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어릴 때도 있었고, 대학 시절에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편의점 진열대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단한 첨단 기술이 들어간 제품도 아니고, 세상을 뒤흔든 혁신 상품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그 순간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홈런을 치고 싶은가. 센터포드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오래 살아남는 선수가 되고 싶은가.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은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내가 만들고 있는 기술은 어떤 장면을 꿈꾸고 있는가. 세상을 한 번 놀라게 하는 장면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시장 속에 남아 있는 장면인가.

위대한 것은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Friedrich Nietzsche는 “위대한 것은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기술과 산업의 세계를 설명하는 데 놀라울 만큼 정확하다. 우리는 종종 혁신을 이야기할 때 극적인 순간을 떠올린다. 단숨에 시장을 뒤집는 기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단 한 번의 대박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산업의 실제 역사는 그런 순간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산업은 조용히 성장한다. 기술은 조금씩 개선되고, 제품은 조금씩 발전하며, 시장은 서서히 형성된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사람들은 그것을 ‘혁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위대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산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종종 속도를 이야기한다.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하느냐, 누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산업의 세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산업의 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다. 초기에 빠르게 성장했던 기업이 몇 년 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는 흔하다. 반대로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기업이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도 많다.

차이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에 있다. 롱런하는 기업들의 전략은 대개 화려하지 않다. 제품을 조금씩 개선하고, 고객 경험을 조금씩 축적하며, 시장을 조금씩 넓혀 간다. 이 단순한 과정이 10년, 20년, 30년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능력은 혁신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기술사업화의 진짜 질문

연구실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장면을 상상한다.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사업화의 현실은 조금 더 냉정하다. 기술이 성공하려면 단 한 번의 놀라운 순간보다 오래 반복되는 장면이 필요하다. 고객이 계속 사용하는 장면, 기업이 계속 생산하는 장면, 시장이 계속 선택하는 장면.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 기술은 제품이 되고, 제품은 산업이 된다.

그래서 기술사업화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기술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가. 기술의 성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 구조, 기업 전략, 생산 체계, 고객 경험이 함께 작동해야 기술은 롱런할 수 있다.

롱런을 설계하는 사람

편의점 앞에서 다시 새우깡 봉지를 바라본다. 이 과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수십 년 동안 팔릴 제품을 상상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제품은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오래 살아남는 제품이 결국 시장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기업도 기술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홈런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산업을 만드는 것은 롱런이다. 그래서 기술사업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나는 홈런을 꿈꾸는가. 아니면 롱런을 설계하는가.

기술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산업의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위대한 것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이 결국 시장을 바꾼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화려한 홈런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남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