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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변방의 반란, ‘K’가 증명한 혁신의 리듬 : 주변에서 중심이 되는 기술사업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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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자 중앙일보의 두 기사는 우리에게 단순한 문화적 자부심 이상의 서늘한 통찰을 던져준다. 21면 오피니언 면에서 안혜리 논설위원은 BTS의 광화문 컴백 라이브를 통해 '문화 권력의 이동'을 선언했다. 세계의 프라임 타임이 더 이상 뉴욕이나 런던이 아닌, 한국의 밤 8시에 맞춰지고 글로벌 OTT 공룡이 IP를 포기하면서까지 중계를 자처하는 현상은 우리가 오랫동안 갈구해온 외적 '인정'의 단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한편 중앙경제면의 삼계탕 기사는 또 어떤가. 미국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뼈를 발라 먹는 번거로운 삼계탕을 먹기 위해 점심시간 '오픈런'을 감행한다는 소식은 식문화의 변방이었던 K-푸드가 어떻게 주류의 식탁을 점령했는지 실감케 한다. 두 기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변방의 중심 진입'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그토록 고민하는 기술사업화와 혁신의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지금껏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아래 이미 중심에 서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며 뒤쫓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K-컬처’나 ‘K-푸드’처럼 세계의 중심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
1. 혁신은 언제나 외로운 ‘주변’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 화려한 중심부, 즉 거대 자본과 최고의 인재가 모인 곳에서 탄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파괴적 혁신은 언제나 변방에서 시작되었다. BTS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은 주류 미디어가 아닌 SNS라는 주변부 채널에서 팬들과 소통했다. 삼계탕 역시 서구권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식감과 형태'라며 오랫동안 소외당했던 메뉴였다. 기술사업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시장의 중심에 있는 기술을 모방하는 것은 안전해 보일지 모르나, 결코 판을 바꿀 수는 없다.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은 비록 주변부에 머물러 있더라도, 창업자와 개발자가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자존감'을 가질 때 빛을 발한다. 남들이 "그게 되겠어?"라고 묻는 지점에서 혁신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의 기술이 가진 고유한 철학과 가치를 믿고, 주류의 문법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 우리만의 문법을 정교화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2. 시장과의 꾸준한 접촉, 효율적인 중심 진입의 열쇠
변방에 머무는것 자체는 전략이 아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는 '경로'가 핵심이다. BTS가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듯, 기술 역시 '성능'만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시장과의 끊임없는 접촉이다. 삼계탕이 미국 구내식당의 인기 메뉴가 된 과정에는 서구인의 입맛에 맞춘 간편식(HMR) 기술의 진화와 '건강한 단백질'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끊임없이 시장에 주입한 노력이 있었다. 기술사업화의 주체는 자신이 가진 기술이라는 '원석'을 시장이라는 '연마기'에 끊임없이 들이밀어야 한다.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기술의 형태를 다듬고,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효율적 접근'이 수반될 때, 변방의 기술은 비로소 주류의 파괴적 대안으로 부상한다.
3. 혁신은 주체와 시장이 함께 만드는 ‘공명(Resonance)’
가장 중요한 대목은 혁신이 결코 공급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신의 주체가 움직이면, 시장도 함께 움직인다. BTS의 팬덤인 '아미'가 스스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며 문화를 재창조했듯, 기술사업화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 투입되면 고객은 그 기술을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시장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기술이 시장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시장이 다시 기술의 진화를 견인하는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엄청난 결과가 만들어진다. 넷플릭스가 하이브에 IP를 양보한 것은 시장의 권력이 이미 아티스트와 팬덤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로 이동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기술사업화 역시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4. 자존감을 가진 기술이 가치를 만든다
기술사업화를 꿈꾸는 많은 기업가와 연구자들에게 오늘자 신문 기사들은 강력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만의 색깔을 잃지 마라, 그러면 세계가 우리를 따를 것이다." 이제 모방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비록 주변부의 작은 기술일지라도, 그것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고객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되, 주류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는 단단함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시작해 시장과 공명하며 중심으로 진입하는 'K-혁신'의 길은 기술사업화라는 험난한 여정에서도 유효한 지도다. 우리의 기술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전 세계가 향유하는 '가치'가 되는 날, 대한민국은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BTS가 광화문 밤 8시를 세계의 프라임타임으로 만들었듯, 우리의 기술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중심을 모방하지 말고, 주변에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무기로 시장과 접촉하라.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혁신의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