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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한미일 주식시장의 동시 양극화와 한국경제

곽재원 · 2026.07.10

[곽재원 컬럼] 한미일 주식시장의 동시 양극화와 한국경제

최근 한미일 주식시장에서 기묘한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우존스, 니케이225, 코스피 등 대형 우량주와 전통 제조 대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들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나스닥의 중하위 기술주, 일본 그로스 시장, 한국 코스닥 등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지수들은 깊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금융시장의 상식이었던 '유동성이 공급되면 모든 자산이 함께 오른다'는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시장의 자금이 소수의 독점적 초대형 기업으로만 무한히 집중되는 '자본의 극단적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이 현상의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는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보다 '지금 당장의 확실한 실적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시장 심리가 우량주와 성장주를 갈랐다. 둘째는 AI 혁명의 고도화로 인한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다. AI 인프라를 독점한 거대 테크 기업과 그 제조 파트너들에게만 자본이 집중되는 '승자독식'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자본주의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다. 효율성 중심의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국가 주도의 안보가 자본의 배분을 결정하는 '안보자본주의'가 도래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는 기업들에게 '비용 최소화'보다 '공급망 통제'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강요한다. 투자자들은 이제 국가 정책이 보증하는 소수의 독점적 기업만이 안전 자산이라고 믿는다.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는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AI 제조 역량으로 안보자본주의의 '핵심 파트너'로 대접받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견고하고 수출 지표는 화려하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몇몇 거대 기업에 집중된 성과일 뿐이다. 정작 고금리에 신음하는 중소기업과 기술 벤처, 그리고 내수 시장은 자본 독점이라는 블랙홀 옆에서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이 바로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안으로는 가난한 한국 경제의 실상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펼쳐온 중소기업, 벤처 및 스타트업 보호주의적 지원 전략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왔다. 단순 자금 수혈이나 인공호흡기식 보조금 정책으로는 자본의 양극화 장벽을 절대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호와 지원'이 아닌 '해방과 경쟁'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첫째, 지원을 넘어선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한다. 혁신은 보조금이 아니라 족쇄를 풀 때 일어난다.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완전히 전환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상시화해야 한다. 둘째, '디폴트를 글로벌 시장'에 두어야 한다. 국내 시장 안착만을 목표로 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지원을 멈추고,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 '재도전이 보장되는 실패의 일상화'다. 실패를 데이터로 인정하고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야 생태계가 살아난다. 넷째, '회수(Exit) 시장의 전면 개방'이다. M&A가 막힌 생태계는 고인 연못과 같다. 대기업의 CVC 규제를 완화해 민간 거대 자본이 벤처 시장에 유입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고 현장 창업가들과 호흡하는 '수요자 중심 거버넌스'로 관료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가 "대격변의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거대한 포부보다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디테일을 정교하게 챙기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수출이라는 외화내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의 진정한 내실을 다지는 체제 변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1999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