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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과학기술예산을 관리하지 말고 국가 과학기술전략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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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솔직해져야한다. 2026년 정부 R&D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되었지만 이 숫자의 확대가 곧 국가 경쟁력의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과학기술예산 사용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예산이 늘어날수록 행정은 더 복잡해지고, 행정이 복잡할 수록 연구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OECD는 2023년 한국 혁신정책 리뷰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자원 배분과 부처 간 예산 조정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설계보다 사업 조정과 재편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이, 국가연구개발정책이 전략 중심이 아니라 예산관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행정관성이 성과를 가로막는다
지금의 과학기술행정시스템은 바꾸기보다 유지하는 데 익숙하다. 기존 사업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새로운 과제는 기존 틀 안에서만 설계된다 . 결과적으로 모든 부처가 참여하지만, 누구도 전체 성과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이것이 행정관성이다. 관성은 안정감을 주지만, 혁신에는 독이 된다. 자주 바뀌는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스스로 고백한다 "임기내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 조정회의가 전략을 대신할 수 없다
부처 간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정이 많아질수록 전략이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무난한 합의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도전적 선택은 사라지고, 안전한 선택만 남는다. 위원회가 무난한 위원장을 선택하면 ‘무난한 합의안’을 잘생산한다. 국민은 세금이 무난하게 사용되길 원할까? 잘 사용되길 원할까?
■ 연차평가중심의 자기검열로 원하던 결과를 얻고있나?
중간평가가 강화될수록 연구 현장은 자기검열을 강화한다. 실패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 설계가 바뀌고, 모험은 사라진다. 행정은 통제력을 강화하지만, 혁신의 질은 낮아진다. 성과가 부족한 이유를 현장에 돌리기 전에,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경제적 성과는 연구실과 기업 사의의 수준 높은 관계성에 기반할 것이고, 연구적 성과는 창의적인 가설수립에서 시작한다. 연구비관리를 위한 연차평가를 계속할 것인가? 좋은 연구결과를 생산하기 위한 연차평가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 행정효율이 아니라 전략실행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정산과 보고가 완벽해도 전략이 부재하면 성과는 흩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적 난제에 자원을 집약하는 용기다. 탈락시킨 연구과제에 대한 해당 연구자 불만을 들을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연구과제를 다 하려는 생각 때문에 연구과제비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제안한 과제를 모두 살리려는 구조에서는 7만개 화살을 쏘기만 하고 과녁에 맞추는 것이 업시다.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이런 내용을 과학기술계 리더들도 모두 알지만 아무도 나서려하지 않는다. 욕먹기 싫고 연임하고 싶어하니까.
예산 증액은 정치적 결단이다. 그러나 성과 창출은 행정의 결단이다. 행정이 기존의 방식과 관성에 머문다면, 역대 최대 예산은 역대 최대 행정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
과학기술예산을 관리하는 데 능숙한 정부부처는 많다. 그러나 관성을 깨고 국가 과학기술전략을 설계하는 정부부처는 드물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예산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부처별로 R&D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집단지성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이 일은 또 누가 앞장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