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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양극화된 경제에서 기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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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점심시간을 떠올려 보자. 누군가는 편의점 앞에서 2,500원짜리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한다. 그러나 같은 도시의 다른 거리에서는 10만 원이 훌쩍 넘는 파인다이닝 식사가 예약조차 어려울 만큼 붐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소비 취향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다.
최근 외식 시장을 분석한 보도들을 보면 이 장면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서민 외식 메뉴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밥, 칼국수, 김치찌개 같은 대표적인 외식 메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 자료를 분석한 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동시에 프리미엄 외식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20만~30만 원대 코스 요리가 등장했고,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를 막기 위해 식사 가격의 최대 40%까지 위약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논의될 정도로 수요가 강하다.
결국 외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둘로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가성비 소비가 확대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 소비가 성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의 시장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흔히 ‘K자형 소비’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소비 트렌드로 이해하면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은 ‘평균적인 소비자’를 가정하고 제품을 만들었다. 대중시장이 존재했고,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평균이 사라지고 있다. 시장은 극단적인 가성비와 프리미엄 경험이라는 두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 변화는 기술사업화에도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기술은 어느 시장을 향하고 있는가.많은 연구자와 창업가들은 기술의 성능과 혁신성에 집중한다. 기술이 뛰어나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산업의 역사에서 기술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향하는 방향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기술혁신의 상징적 인물인 Steve Jobs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고객에게 묻지 말라고 했다. 고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시장조사를 무시하라는 의미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혁신은 고객이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변화를 읽어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소비가 양극화되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은 두 가지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
첫째, 이 기술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가성비 시장을 위한 것인가.
둘째, 아니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위한 것인가.
두 시장은 요구하는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가성비 시장에서는 생산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기술의 차별성과 브랜드 경험이 중요하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느 시장을 향하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기술사업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순한 연구개발 역량이 아니다. ‘양손잡이 능력’이다. 한 손에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 손에는 시장과 기업 경영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어떻게 신사업을 찾는지, 창업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기술을 제품으로 바꾸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술은 출발점일 뿐이며 그 이후에는 전략, 조직, 자본, 산업 구조가 동시에 작동한다.
2,500원의 햄버거와 10만 원의 식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
이 양극화된 시장 속에서 기술의 운명을 결정하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이 기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기술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기술의 시대가 아니라 방향의 시대다. 그리고 방향을 읽지 못한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연구실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기술사업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시장을 읽는 공부, 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공부, 기업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공부다.그 공부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길을 잃는다. 양극화된 경제에서 기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