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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원 칼럼]분리수거는 답이 아니다 -설계가 세상을 바꾼다

이청원 · 2026.04.16

[이청원 칼럼]분리수거는 답이 아니다 -설계가 세상을 바꾼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 분리수거의 현실을 다룬 내용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가 정성껏 나눈 쓰레기가 다시 섞이고, 재활용된다고 믿었던 플라스틱의 상당 부분이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함을 안겼다. 그동안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이 흔들린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은 오히려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올바른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는가?”

지금까지 환경 정책과 시민 실천의 중심에는 ‘분리수거’가 있었다. 올바르게 나누고, 깨끗이 씻고, 라벨을 제거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로 다른 소재가 결합된 포장재, 접착제와 잔여물로 오염된 용기, 경제성이 맞지 않는 재활용 구조는 분리수거 이후의 과정에서 대부분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우리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하는 구조 속에 있었던 셈이다. 문제의 본질은 분리수거가 아니다. 문제는 애초에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 구조다.

오늘날의 소비재는 편의성과 마케팅을 위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다양한 소재를 결합한 포장, 화려한 디자인, 기능을 위한 추가 부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용 이후의 순환까지 고려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분리수거는 ‘책임의 전가’가 되었다. 생산자는 팔고, 소비자는 버리고, 사회는 그 뒤처리를 떠안는 구조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해결의 출발점은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에 있다. 제품은 설계 단계에서 이미 환경적 운명이 결정된다. 단일 소재로 구성된 제품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복합 소재는 그렇지 않다. 분해가 쉬운 구조는 순환을 돕지만, 복잡한 구조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폐기된다.

즉, 환경 문제의 80%는 소비 이후가 아니라 설계 이전에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변화가 있다. 바로 ‘순환 설계(Circular Design)’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제품이 생산-사용-회수-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순환되도록 설계하는 접근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순환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펌프형 용기는 금속 스프링과 다양한 소재가 결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스프링을 제거하고 단일 소재로 구성된 구조로 바꾸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소비자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재활용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행동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구조가 해결하는 환경’으로의 전환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시장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다.

앞으로의 소비자는 더 이상 “나는 분리수거를 잘한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제품은 애초에 환경을 고려해 설계되었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정책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포장재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재활용 가능성뿐 아니라 실제 재활용 비율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이제는 친환경을 ‘홍보’가 아니라 ‘구조’로 증명하라!" 결국 우리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분리수거를 더 열심히 할 것인가, 아니면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인가.

Green-X가 말하는 해답은 분명하다. 환경 문제는 개인의 선의에 의존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그 출발점은 설계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버릴 것인가?”가 아니라 “처음부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분리수거의 한계를 넘어 진짜 순환의 시대가 시작된다.